PEOPLE

신과 함께, 저승 삼차사와 함께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
3.25(수)~4.12(일) | CJ 토월극장
ⓒ이보영

이제는 ‘국민 웹툰’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한국 신화 속 저승관을 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평범한 남자 김자홍이 저승에서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통해 ‘권선징악’이라는 뻔하지만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아낸다. 2017년과 2018년 영화로 제작된 <신과 함께>는 한국 영화 최초 ‘쌍천만 영화’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영화 <신과 함께>가 많은 관객에게 알려지기 이전,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는 2015년 초연부터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 거대한 원형 무대, 화려한 LED 영상 효과로 호평받았다. 이후 재공연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다듬었고, 현재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예술단의 이번 네 번째 공연에서는 지금까지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의 역사를 함께해온 배우들의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같은 배역으로 네 번의 공연을 지켜온 최정수와 김건혜 그리고 앙상블을 비롯해 매번 다른 배역으로 세 번의 공연을 함께해온 차세대 스타 강상준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저승 삼차사’로 활약할 이들을 만나 개막을 앞둔 소감을 들어보았다.

각자 맡은 배역 소개를 부탁한다.

강상준 강림 도령은 염라대왕의 직속 부하다. 저승의 장군으로 저승 삼차사를 이끌고 망자를 이끄는 임무를 수행한다.

최정수 해원맥은 삼차사 중에서 아버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망자를 인도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눈 밑 다크서클이 내려왔다.(웃음)

김건혜 덕춘이는 삼차사의 막내다. 냉철한 두 사람과 다르게 정도 많고 눈물도 많다. 강림 도령을 좋아하는 열혈 팬이기도 하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이번 <신과 함께> 공연에서 ‘강림’ 역을 맡은 강상준 배우. ⓒ이보영

망자 김자홍과 그를 변호하는 진기한, 그리고 삼차사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구조다. 삼차사의 서사가 작품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강상준 보통 창작물들이 ‘권선징악’을 이야기하지 않나. 그런데 <신과 함께>에는 ‘징악’밖에 없다. 완벽한 선인이 아닌 이상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계관이다. 이 원칙 안에서 약간의 예외를 만들어주는 게 삼차사다. 그들은 정말 불쌍한 처지에 놓인 망자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죄를 지으면 벌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을 알아주는 존재가 어딘가엔 반드시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이다. 또한 세계관의 주축인 윤회 사상을 완성시켜주는 것 역시 삼차사다. 이승에 있던 사람들이 죽어서 저승에 가야 윤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삼차사는 그 두 세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다.

벌써 네 번째 공연이다. 서울예술단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신과 함께>의 매력은 무엇인가?

최정수 원작의 힘이 크지 않을까. 저승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점이 매력인 것 같다. 또한 네 번의 공연을 하는 동안 다각도의 실험적 시도와 노력을 지속하며 업그레이드해왔다. 이런 부분을 관객분들이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김건혜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싱크로율이 아닐까? 웹툰으로 보던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고 말을 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다. 영화가 아닌 라이브 공연이라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강상준 지하철이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장면이라든지 LED 세트로 특수효과를 구현하는 등, 만화적인 상상력을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신과 함께>가 공간의 제약 없이 세계관을 디테일하게 재현했다면 우리 공연은 인물의 생동감을 더 잘 살린 것 같다.

공연을 올릴 때마다 많은 변화를 거쳤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선 어떤 새로운 점을 기대해볼 수 있나?

최정수 저승의 일곱 대왕을 염라대왕이 1인 다역으로 연기한다. 이런 설정을 활용한 애드리브를 다양하게 시도해보려고 한다. 또, 드라마적으로도 디테일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으니 눈여겨봐주시면 좋겠다. 분명 보다 풍성하고 재밌는 공연이 될 것이다.

강상준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 문어체보다는 구어체의 대사가 많다. 그런데 구어체는 토씨 하나에 따라 대사의 뉘앙스가 많이 달라진다. 그런 뉘앙스의 디테일을 잡기 위해 단원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자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만찢(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로 매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웹툰과의 싱크로율을 위해 특별히 기울인 노력이 있나?

최정수 머리를 거의 ‘반삭’으로 잘랐다. 해원맥처럼 다크서클도 그리고. 평소엔 굉장히 다정한 사람인데 해원맥의 무뚝뚝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말수도 줄여봤다.(웃음)

김건혜 <신과 함께_이승편>까지 치면 덕춘 역이 다섯 번째다. 공연 때마다 머리를 잘랐더니 기를 틈이 없어 계속 바가지 머리를 하게 됐다.(웃음) 덕춘이의 캐릭터에 맞춰 평소 집에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강상준 덩치를 키워보려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내 얼굴이 강림을 닮은 것 같진 않다. 그런데 분장의 힘이 대단하더라. 만화 속 인물과 똑같은 구레나룻을 만들기 위해 인모를 하나하나 붙이느라 머리를 만지는 데만 한 시간이 걸린다. 외적인 면 외에도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작품의 세계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약속과 원칙, 심판과 구원 같은 키워드를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고민 중이다.

원작자인 주호민 작가의 반응은 어땠나?

김건혜 매 시즌마다 항상 오신다.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에 굉장히 신기해하시고 좋아하시는 것 같다.

최정수 주호민 작가님은 자신의 작품을 무대화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을 완전히 믿고 맡겨주신다. 초연 당시에도 의견을 여쭸는데 “너무 좋다”고 얘기해주셔서 부담 없이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김건혜, 최정수 배우는 초연부터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어 그 애정이 남다를 것 같다.

김건혜 초연부터 이 작품을 ‘우리가 함께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LED 영상 효과나 사운드에 대해 배우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간다. 매 공연마다 연출 스태프와 객원 배우들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멈추지 않았다. 원작의 덕춘이는 수동적인 느낌이 강하다면 우리 공연에선 장난도 많이 치고 보다 적극적이다. 그런 면을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최정수 처음에는 해원맥의 외적인 모습을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공연을 거듭할수록 전체적인 작품 안에서 이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지 돌아보게 되더라. 공연엔 없지만 원작에 나오는 차사들의 뒷이야기를 생각하며 깊이 있는 연기를 하려 했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최정수 배우는 ‘해원맥’의 작중 역할을 돌아보며 깊이 있는 연기를 하려 노력했다. ⓒ이보영

강상준 배우는 2017년 재연부터 세 번째 <신과 함께> 출연인데 강림 역을 맡은 건 처음이다. 이전 공연의 강림들과 비교될까 부담되진 않았나.

강상준 엄청 부담됐다.(웃음) 조풍래, 송용진, 김우형, 서경수 등 다 실력이 탄탄한 선배님들 아닌가. 그렇지만 나는 이전 <신과 함께> 공연에서 다른 역할들을 해봤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맥락에서 강림이 어느 부분을 어떻게 해야 극에 도움이 될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부적인 부분은 내가 조금 더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의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최정수 내가 나가야 하는 장면에 깜빡 잊고 안 나간 적이 있다. 무대 뒤에서 내가 방금 연기를 잘했나 생각하고 있다가 (공연 장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모니터를 봤는데, 내가 있어야 할 장면이 나오고 있는 거다.(웃음) 허겁지겁 달려 나갔더니 다른 배우들이 애드리브로 그 장면을 메우고 있더라.

강상준 내가 그 전날 똑같은 실수를 했다. 그때 정수 선배님이 연습실에서 해원맥 같은 목소리로 “네 장면은 네가 챙겨야 한다. 앞으론 실수하지 마라”라고 타일렀다. 다음 날 본인이 똑같은 실수를 하고는 부끄러운지 내 눈을 못 마주치셨다.(웃음)

김건혜 딸에게 연습 영상을 보여주곤 한다. 어느 날 덕춘이가 원귀한테 붙잡혀서 묶여 있는 장면을 보더니 아이가 화가 나서 “왜 나쁜 사람이 엄마를 묶어놓냐. 출근하지 말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나쁜 삼촌이 아니라고 잘 설명해줬다.(웃음)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초연부터 ‘덕춘’을 연기해온 김건혜 배우는 <신과 함께>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보영

서울예술단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정수 사물팀, 무용팀, 가극팀이 공존하며 함께 공연한다는 점이다. 내가 2002년 서울예술단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세 팀이 각자 다른 공연을 했다. 그런데 점점 다 함께 하는 공연의 비중이 커지면서 서울예술단이 지향하는 독창적인 가무극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김건혜 가족 같다. 나는 11년 차인데 그 긴 세월 동안 단원들과 가족처럼 생활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속내를 다 알 수 있다. 가정의 대소사까지 서로 챙길 만큼 잘 아는 사이라서 그 단결력이 무대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강상준 서울예술단은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민간 제작사가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한다는 부분이 강점이다. <바람의 나라>를 뮤지컬화한 것이 그 좋은 예다. 그 작품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음악극의 소재가 다양해졌다고 생각한다. 음악극 안에서 무용을 적극 활용하는 것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공연 <신과 함께>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평소 가족처럼 지내는 서울예술단의 단결력이다. ⓒ이보영

지금까지 참여한 서울예술단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

최정수 <꾿빠이, 이상>을 다시 해보고 싶다. 일방적으로 공연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다. 일반적인 뮤지컬 문법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발전시켜서 다시 해보고 싶다.

김건혜 <꾿빠이, 이상>과 <이른 봄 늦은 겨울>이다. 서울예술단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던 작품들인데 그때 참여를 못 했기 때문에 한번 해보고 싶다. <금란방>과 <잃어버린 얼굴 1895>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강상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 제일 애착이 간다. 선배님들이 이전에 했던 배역을 맡은 게 아니라 초연부터 내가 함께한 첫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국경의 남쪽>도 잘 다듬어 새로운 공연으로 선보이면 좋을 것 같다.

사진 이보영(스튜디오 록)

정다윤 네이버 공연전시판 올댓아트 에디터
올댓아트에서 뮤지컬을 담당하고 있다. 객석에 처음 앉았던 순간의 설렘을 기억한다. 그 기분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

코로나 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본고에 언급된 <신과 함께> 공연은 취소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관객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