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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실내악 퍼지게 하는 기쁨이 커요”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020년 하반기 개최 예정 | IBK챔버홀 외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회

파리의 예술가 강동석 바이올리니스트의 음성을 최근 두 번 들었다. 한 번은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이하 SSF)에 관한 전화 인터뷰에서였고, 또 한 번은 이 축제의 공식 동영상에서였다.
서울에서 전화를 했을 때, 그는 유리창을 통해 공원 정원이 내다보이는 집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고 했다. 1600년대에 지어진 집에 사는데요, 창문으로 정원이 보입니다. 파리에선 보기 드문 곳이에요. 플라스 데 보주(place des vosges, 보주광장)라는 관광 명소인데요, 밖에 나가 걸으면 나 스스로가 관광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웃음)
서그러운 음성에서 대가다운 여유가 배어 나왔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직을 정년 퇴임한 그는 파리에서 프랑스인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학교 재직 당시에도 한국에 3~4개월 머물며 주로 유럽에서 연주 활동을 해왔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파리에도 확산되는 바람에 하루 한 시간으로 외출을 제한 받고 있다”며 “이 사태가 연장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5월 13일부터 24일까지로 예정한 올해 SSF를 주관하기 위해 서울에 들어가야 하는데, 귀국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봐 우려된다는 것이다.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작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음악과 미식’이라는 주제로 열렸다HaJiYoung

이번 페스티벌에 대한 전화 통화를 한 지 열흘 후 보게 된 동영상에서 그는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하반기로 연기한다는 내용을 밝혔다. “외국에서 오는 연주자들의 입국이 불가능하고, 음악회에 오시는 청중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보장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5월 일정을 여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축제를 연기했지만, 그가 집행위원회와 함께 음악제를 알차게 진행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SSF를 기획해 15년이나 꾸려온 그의 행보 자체가 큰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15년째 꾸려온 실내악 축제

1960~1970년대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이었던 그에겐 ‘바이올린 신동(神童)’이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다. 그러나 그는 신동에 머무르지 않고 연주가로서 평생 꾸준한 활동을 보여줬고, 또한 한국 음악의 미래가 될 후학을 길러냈다. 무엇보다 그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음악의 향기를 불어넣는 실내악 축제를 만들어 꾸려왔다.
15년이 참 빨리 갔네요. 우리는 클래식 음악 팬층이 두텁지 않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실내악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 쉽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동안 인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작은 실내악 음악회가 많이 생겼잖아요. 저희 페스티벌이 어느 정도는 기여한 듯싶어서 보람을 느껴요. 물론 아직 힘든 상황이지만.
그는 축제를 진행하며 재정적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초창기엔 서울시가 산하 문화재단을 통해 전폭적으로 지원했으나, 2012년부터 지원을 줄이는 바람에 개인 후원자를 찾아야 했던 탓이다.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2019 5 4 IBK챔버홀에서 열린 <2019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연 모습HaJiYoung

재정이 어려우면 아무래도 연주자 섭외와 프로그래밍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이 SSF에 대거 동참하는 것은 오로지 강동석이라는 예술가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축제 때 만났던 윤상구 SSF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명 연주자들은 스케줄이 다 찼을 텐데도 강 교수 덕분에 옵니다. 적정한 경비를 주고 그들을 부르려면 엄청난 액수가 들어갈 겁니다.

올해 주제는 베토벤 ‘환희의 송가’

올해 SSF는 시기와 장소를 다시 정해야 하지만, 당초 예정과 같이 ‘환희의 송가(Ode to Joy)’라는 주제로 베토벤 실내악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들려줄 계획이다. “처음엔 이 주제를 선정하는 것을 주저했어요.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대부분의 축제가 베토벤을 주목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도 위대한 작곡가인데 무시하고 갈 수 없어서 택했지요.
강 감독은 축제 1회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짜왔다. 이번 ‘환희의 송가’처럼 매해 큰 주제에 맞춰서 매일 소제목을 정하고, 그에 따라 연주곡을 편성한다. 이번 개막 공연 제목은 ‘베토벤의 시대, 그때 그 사람들’이다. 다음 날부터 ‘헝가리안 랩소디’, ‘황혼’, ‘둘은 좋아, 셋은 무리’, ‘가족음악회 – 베토벤 : 불멸의 연인’, ‘살롱콘서트’ ‘새로운 탐험’, ‘베토벤의 비엔나’, ‘청춘’, Seoul Slavic Fest,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언’, ‘럭키 세븐’ 등이 이어진다. 폐막 공연 제목은 ‘매드 포 갈릭(Mad for Gallic)’이다.
“주제에 맞춰야 하니 어렵습니다. 보통 때는 들어보지 못한 곡을 소개하는 게 페스티벌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대중이 많이 찾아오도록 익숙한 곡도 편성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프로그램을 짠 뒤에 연주자들을 섭외하고 연주에 대해 일일이 협의하려면 1년이 꼬박 걸린다. 그런데 공적 지원 예산이 언제나 늦게 확정되는 탓에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애를 먹는다는 것이 그의 토로였다.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매해 윤보선 고택에서 야외 정원 음악회를 열었다HaJiYoung

그런 애로를 겪으면서도 그는 매년 음악 전문가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베토벤 작품과 더불어 그의 음악 자장(磁場) 내에 있는 작곡가들의 명곡이 들어간 프로그램을 보면 절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강 감독은 “개막 공연에서 들려줄 ‘환희의 송가’는 리스트가 편곡한 버전이니 보통 때는 들어보기 힘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는 윤보선 고택에서의 야외 정원 음악회를 처음으로 봄이 아닌 다른 계절에 진행한다. 이 고택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인 윤상구 집행위원장 가족이 살고 있다. “고택 분위기가 아늑하지요. 축제를 후원하는 ‘프렌즈(Friends)’를 초청해서 짧은 곡들을 가볍게 들려드리고, 축제의 다른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윤상구 선생님 댁에서 매년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니 참으로 고맙지요.

국내외 유명 연주자 대거 참여

당초 예정된 봄 축제에는 60여 명의 국내외 연주자가 참여할 예정이었다. ‘마법의 손’이라는 별명을 지닌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러셀(David Russell), 밴클라이번콩쿠르 우승자인 바딤 콜로덴코(Vadym Kholodenko), 비에니아프스키콩쿠르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알레나 바에바(Alena Baeva), 독일 베를린국립음악대학 교수 비욘 레만(Björn Lehmann), 이스트먼음악학교 교수 스티븐 돈(Steven Doane) 등이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피아니스트 김다솔 등 국내 유망주들도 초대했다. 하반기 축제를 위해선 이들과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지만, 빼어난 연주자들을 초청한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회

봄 축제용으로 짜놓은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강 감독이 직접 연주에 참여하는 횟수가 아홉 번이나 됐다. “제가 세어보진 않았지만, 그쯤 될 거예요. 외국 연주자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고, 그다음에 국내 연주자들이 고르면, 나머지 프로그램을 제가 맡거든요. 그러니 제가 하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희망하는 연주자가 없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요.(웃음)
그는 연주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단다. 독주가 아니라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하기 때문이다. “실내악은 팀 스포츠 같은 거예요. 연주자 한 명이 아니라 그 팀에 초점을 두고 들으면 좋지요.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스프링’이 아닌 다른 계절에 치르게 돼 강 감독과 집행위가 힘들 수밖에 없겠으나, SSF 마니아 청중으로서는 새로운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듯싶다. 외국인 연주자들도 예년과 달리 봄이 아닌 계절의 서울 풍정 속에서 한국 청중과 소통하는 기쁨을 신선하게 누릴 수 있을지 않을까.

장재선 문화일보 선임기자
문화부에서 공연 기사를 쓰고 있다. 국제PEN, 한국시인협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보도와 저술 활동 공로로 한국언론정보학회 올해의 기획상, 임승준 자유언론상, 서정주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받았다.

장재선 네이버 공연전시판 올댓아트 에디터
올댓아트에서 뮤지컬을 담당하고 있다. 객석에 처음 앉았던 순간의 설렘을 기억한다. 그 기분을 더 많은 사람이 느끼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다.

강동석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2020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간    2020년 하반기 개최 예정
주최    (사)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집행위원회
문의    02-712-4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