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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를 만든다는 것

참여형 키즈오페라를 만들어낸 <푸푸 아일랜드> 안주은의 연출 노트
키즈오페라 <푸푸 아일랜드> 5.6(수)~5.17(금) | 자유소극장

웃고, 뛰고, 때로는 울면서도 신나게 볼 수밖에 없는 키즈오페라(kids opera)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이 특별한 참여형 키즈오페라를 유수의 오페라단 중 하나인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최초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 작품은 그동안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며 다수의 창작오페라들을 성공적으로 공연한 바 있는 라벨라오페라단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푸푸 아일랜드>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오페라를 감상하던 지금까지의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참여형 키즈오페라로 탈바꿈해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오페라와 같은 공연예술 장르는 차분하게 객석에 앉아 감상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때문에 한참 뛰어다니며 또래와 어울리기 좋아하는 나이의 아이들이 오페라를 보면 공연 내내 움직이고 싶어 안달이 나고, 관람 자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모들이 내 아이의 불편함을 모르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지금껏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오페라가 없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고, 즐거움을 선사하고, 또 무엇보다 안전사고의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공연이 지금껏 존재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도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체험형 키즈오페라를 만들어낸 안주은의 연출 노트.
체험형 키즈오페라를 만들어낸 안주은의 연출 노트.

배우들은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서 친밀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연습을 반복했다.

<푸푸 아일랜드>는 이 모든 아쉬움을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아주 절묘한 오페라다. 공연 중에도 부모와 아이들이 마음껏 얘기할 수 있고, 주변의 사물을 만질 수도 있으며, 공연 진행 중이라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열린 공연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줄 메시지까지 담겨 있으니 관람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랑의 묘약>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내다

평화로운 섬, 푸푸 아일랜드에는 귀여운 유니콘 푸피푸포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중 아디나라는 소녀는 유니콘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순수한 소녀다. 그리고 그런 아디나를 남몰래 좋아하는 네모리노가 있다. 어느 날, 네모리노는 오랫동안 좋아해온 아디나에게 용기를 내어 수줍은 고백을 한다. 하지만 그런 네모리노와 아디나를 보고 있던 유니콘 친구들은 그들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더 이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할 거라는 걱정에 둘의 사이를 훼방놓는다.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네모리노는 아디나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슬퍼하고, 그런 네모리노에게 사기꾼 둘카마라가 다가와 자기가 파는 사랑의 묘약을 마시면 원하는 사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네모리노는 그의 말에 속아 사랑의 묘약을 마시지만 변화는 찾아오지 않는다.

네모리노, 아디나, 푸포, 푸피 그리고 관객 모두가 <푸푸 아일랜드>의 주인공이다.

그런 네모리노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본 유니콘들은 마침내 네모리노를 도와주기로 마음을 바꾸고,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무지개 푸푸를 건넨다. 유니콘들이 준 무지개 푸푸가 진짜 사랑을 이어주는 아이콘임을 알게 된 네모리노는 아디나와 결국 사랑에 빠지고,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거짓말로 사랑의 묘약을 판 둘카마라는 유니콘들의 응징의 푸푸로 벌을 받게 된다.

‘푸푸’의 뜻은 똥?

아이들이 웃는 지점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다. 어른들은 사회에서 아주 많은 상황과 현실 조건에 부딪혀야 하지만 아이들은 단순한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돌고 도는 소재만을 계속 활용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푸푸 아일랜드>푸푸는 예상했겠지만, ‘을 가리킨다. 아마 이 똥이란 단어 하나로 이미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으며 두 눈을 반짝이고, 몸을 꿈틀대고 있을 것이다. 키즈오페라 <푸푸 아일랜드>는 이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오페라를 지향하며 탄생했다. 작곡가 도니체티의 오페라들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인 <사랑의 묘약>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내, 어른들도 아이들과 함께 동화되어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 연출가로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이다.

<푸푸 아일랜드>는 완성도 높은 노래와 연기, 친밀한 안무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소극장 오페라로 진행된다. 소극장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가 짧아 입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배우의 눈과 관객의 눈이 공연 내내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관객들의 반응을 배우들이 바로바로 느끼고 살피면서 연기와 노래를 할 수 있는 쌍방향 라이브 퍼포먼스로 진행된다는 점은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배우들은 최대한 디테일함을 살린 공연을 준비했다. 또한 대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친밀한 안무, 7인조 뮤지컬 앙상블과 7인조 어린이 합창단이 선사하는 완성도 높은 노래와 연기는 부모님들과 아이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추억을 위해

어렸을 때는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이 되어서는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자신감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어릴 적 엄마 품에서 들었던 동화 속 이야기는 아이의 기억 속에 생생하고 또렷하게 긴 시간 남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우리의 공연 또한 그런 추억이 되어 평생을 간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오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출연진과 스태프는 <푸푸 아일랜드> 관객의 소중한 추억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푸푸 아일랜드>는 생후 48개월 유아부터 초등학교 학생,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성인 보호자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오페라다. 이 작품이 아이들에게는 부모님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잠시나마 어릴 적의 부모님과 함께했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사진 라벨라오페라단

안주은 오페라 <푸푸 아일랜드> 연출가
성악을 전공하다 러시아 모스크바국제연출콩쿠르 특별상 수상을 계기로 오페라 연출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 오페라 연출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생활음악과 초빙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키즈오페라 <푸푸 아일랜드>

기간 2020.05.06(수)~2020.05.17(일)
시간 화-토 11AM·2PM / 일 1PM·4PM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자유소극장
관람등급 48개월 이상
관람시간 60분
장르 오페라
가격 일반석 5만 원
주최 (사)라벨라오페라단
문의 02-580-1300

체험형 키즈오페라를 만들어낸 안주은의 연출 노트.
체험형 키즈오페라를 만들어낸 안주은의 연출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