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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여름의 교향악’이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7.28(화)~8.10(월) | 콘서트홀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회 <교향악축제>와 함께하는 지휘자들.

<교향악축제>가 찾아오는 매해 4월이면, 예술의전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봄은 교향악, 그리고 벚꽃과 함께 왔다. 축제의 중허리를 지나면 꽃잎은 흐드러지고, 검은빛 아스팔트 위에 봄꽃 이파리의 스타카토가 찍혔다. 축제가 끝나가는 4월의 끝에 도달하면, 그 이파리들은 내년 봄을 기약하게 했다. 올해 4월에도 이러한 봄맞이를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봄의 교향악’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봄의 교향악’이 ‘여름의 교향악’이 되어 다시 찾아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새삼 반갑다. 그래, 벚꽃은 없다. 하지만 초록빛 잔뜩 머금은 잎사귀들이 만들어내는 그늘 길을 따라 예술의전당으로 발걸음을 향해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는 14개의 교향악단이 ‘잃어버린 봄’의 아쉬움을 달래주고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교향악축제>는 7월 28일부터 8월 10일까지 총 14회 일정으로 개최된다. 노선을 바꾼 축소 진행이라지만,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풍성한 프로그램과 내로라하는 협연진으로 가득하다. 예년과 달리 월요일 휴관도 없이 2주간 매일 진행된다.

음악과 공연에 흐르는 각각의 드라마

첫 문을 여는 이들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윌슨 응이다. 성명에 ‘응’이 들어갔으니 이 얼마나 긍정적인 지휘자인가! 윌슨 응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28일 코로나19로 인해 슬픔과 부정이 가득한 시대에 긍정의 힘을 보여주며 축제의 첫날을 장식할 예정이다. 29일, 김대진과 창원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교향악축제>와 관객의 만남은 코로나19도 꺾을 수 없는, ‘운명’의 만남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30일, 김경희와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코드명은 ‘여성 파워’. 여기에 피아니스트 주희성이 가세한다. 31일, 최희준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백주영 협연)과 베토벤 교향곡 7번 등 자신이 지닌 ‘음악적 무게’와 어울리는 악곡들로 무대를 단단히 채운다.

8월 1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베를리오즈로 문을 열고, 하이라이트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베토벤 교향곡 7번을 택했다. 2일,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택했다. 시끄러운 뉴스들로 마음이 어지러운 요즘, 잔잔한 멜로디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류석원과 강릉시립교향악단은 말러의 ‘거인’을 불러온다. 그 거인이 지금에 머무는 시대의 아픔을 한 방에 물리쳐주기를.

4일, 성기선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글라주노프 특집이다. 송지원이 협연하는 글라주노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글라주노프라는 ‘아이템’을 ‘레어템’으로 바꾼다. 5일, 조규진과 청주시립교향악단도 한상일의 협연으로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리스트의 협주곡을 한동안 <교향악축제> 연주곡 리스트에서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 모험이 꽤나 기대된다.

6일, 이병욱과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전술은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양인모 협연)으로 차별점을 두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로맨티시즘으로 관객의 감성을 직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7일, 장윤성과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랑데부’ 전략이다. 슈포어의 현악 4중주 협주곡(칼라치스트링콰르텟 협연)으로 실내악과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가교를 놓아보겠다는 것.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단원들.

8일, 자가격리를 끝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마시모 자네티는 음악과 예술은 절대로 ‘격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예정이다. 예술만의 자유는 그가 연출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선율 위에서 드넓게 퍼져 나갈 듯하다. 9일, 당찬 지휘자 김광현과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조합은 ‘파워’다. 여기에 피아니스트 박종화가 함께한다. 그리고 막을 내리는 10일에는 KBS교향악단과 첼리스트 이상은이 호흡을 맞춘다. KBS교향악단은 이번 축제에서 지중배 지휘자와 함께 7월 28일부터 몰아온 13개 공연의 힘을 잘 모아 올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축제 속의 축제, 바이올린 축제!

<교향악축제>에는 해마다 부각되는 작품이나 협연진이 있다. 어느 해는 말러 대잔치였고, 어느 해는 피아노 협연의 대향연을 이루기도 했다. 이번 <교향악축제>의 중요 코드를 꼽는다면 ‘바이올린 협주곡 축제’가 되겠다. 백주영(7.31)의 브루흐 협주곡 1번을 필두로, 차이콥스키국제음악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김동현(8.1)은 차이콥스키 협주곡으로 그의 음악적 뿌리를 보여준다. 인디애나폴리스국제바이올린콩쿠르 우승(2014)의 승전기를 뽑았던 조진주(8.3)는 생상스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힘과 낭만은 서로 반대되는 존재지만, 조진주의 연주는 두 가지 느낌을 묘하게 포개놓는 매력이 있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우승자 송지원(8.4)은 글라주노프의 협주곡을 택해 협주곡 실연의 폭이 좁은 국내 음악계를 ‘지원’하고, 프레미오파가니니국제바이올린콩쿠르의 우승자 ‘인모니니’(양인모+파가니니 합성어) 양인모(8.6)는 바버의 협주곡으로 ‘레어템’의 위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안네-소피 무터의 애제자 최예은(8.8)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올해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 예정. 생각해보니 올해는 베토벤의 해였는데, 아마도 그는 음악사에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정통으로 맞은 가장 불쌍한 음악가 1위에 등극하지 않을까 싶다.

2020 <교향악축제>를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장식할 연주자들.

피아노도 빠질쏘냐. 김정원(7.28), 주희성(7.30), 임동민(8.2), 한상일(8.5), 박종화(8.9)가 함께하니, 건반 위의 ‘독수리 5형제’ 되시겠다. 참고로 <교향악축제>는 ‘배틀의 향연’이기도 하다. 여섯 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각기 다른 곡을 선택한 것처럼,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임동민도 각각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맞불을 놓는다. 지원군은 각각 윌슨 응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좌)과 임동민(우)도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협연자들이다.

다양성이 살아 있는 교향악의 정원

상반기에 올해의 공연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베토벤’이었다. 사실 한국의 클래식 음악이 발전하게 된 해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0년, 그러니까 베토벤 탄생 200주년이던 해였다. 당시 교향악계의 양대 산맥 서울시립교향악단과 KBS교향악단(당시 국립교향악단)은 베토벤의 작품을 지렛대 삼아 악단의 차원을 한 단계씩 끌어올렸다. 그런 베토벤의 작품이 올해 <교향악축제> 레퍼토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한때 <교향악축제>에 불었던 말러 붐은 때로 관객을 지치게도 했기 때문이다.

올해 교향악단들은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곡목을 선택해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휘자의 곡 해석에 귀 기울이면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그러나 각 교향악단들은 이제 다양성을 챙기는 것 같다. 곡목 구성을 통해 부여하는 의미도 남다르다. 위로와 극복이 중요해진 만큼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인천시립교향악단은 추모곡으로 자주 연주되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와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각각 연주한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도 위기를 극복한 악성(樂聖)의 자화상이다. 원주시립교향악단은 이지수의 ‘관현악을 위한 달의 바다‘를 위촉곡으로 하여 세계 초연한다.

끝으로, 2000년부터 <교향악축제>와 함께해온 한화그룹의 후원은 지금 같은 때에 더욱 빛을 발하는 듯하다. ‘후원(後援)’. 사전적 의미로 뒤에서 도와준다는 뜻이다. 이러한 후원은 예술가와 악단에게는 마치 그들이 원 없이 뛰고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는, 집 뒤의 정원이나 동산을 뜻하는 ‘후원(後園)’이 되는 것 아닐까. <교향악축제>는 그러한 음악의 후원(後園)으로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사진 (주)아트센터이다

글 송현민 음악평론가·월간 「객석」 편집장
음악평론가. 박용구(1914~2016) 연구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고, 여러 강의와 지면을 통해 대중과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기간 2020.7.28(화)~2020.8.10(월)
시간 월~금 7:30PM, 토~일 5PM
장소 콘서트홀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120분
장르 교향곡
가격 R석 4만 원 / S석 3만 원 / A석 2만 원 / B석 1만 원
주최 예술의전당, 중앙그룹
문의 02-580-1300
후원 KBS, 메가박스
협찬 한화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