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연극이 없었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을 것

박정자의 배우론 <노래처럼 말해줘>
2.6(목)~2.16(일) | 자유소극장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광재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한, 그는 성실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1962년 이화여자대학교 연극반 시절 <페드라>로 첫 무대에 선 후 지금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무대를 지켰다. <단테의 신곡>, <안티고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19 그리고 80>, <오이디푸스>, <나는 너다> 등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한눈판 적도 없다. 신탁을 받은 사제처럼 묵묵히 외길을 걸었다. 그 결과 동아연극상, 백상예술대상, 이해랑연극상, 빛나는 이화인상, 삼성행복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연기 인생의 정수를 모아 한자리에서 들려주는 박정자의 배우론 <노래처럼 말해줘>를 준비했다.

연극 인생 60년을 압축해 한 무대에

박정자는 60년 가까이 연극배우의 한길을 걸어온 인물로, 우리 연극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그가 2020년 첫 무대로 준비한 <노래처럼 말해줘>는 그의 배우론을 토대로 한, 배우 박정자를 들려주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충걸 작가가 극본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이유리가 연출을, 뮤지컬 <레베카>의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와 의상 디자이너 진태옥이 각각 무대와 의상을 맡아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한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60년 가까이 한길을 걸어온 연극인의 삶을 바탕으로 자신의 배우론을 담은 <노래처럼 말해줘>를 무대에 올리는 배우 박정자 ©뮤직웰

이 작품에서 박정자는 지금껏 자신이 열연했던 연극의 캐릭터들을 다채롭게 선보이는가 하면,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들려주고, 주옥같은 명대사를 낭독한다.

사람들은 나이가 그 사람의 모든 걸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얼굴, 몸짓, 감정, 그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까지. 그렇다면 일흔아홉 살이 되면 선택은 두 가지예요. 죽든지 아니면 여든 살이 되든지. 틀어막을 게 하나도 없이 구멍 난 배에 타고 있는 나이 같지만, 여든 살의 연극배우가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때때로 나는 생각해요. 무대를 버리고 남은 재능 속으로 사라지는 것과 계속 살아남아 끝없이 자신을 들어 올리는 것, 어느 쪽이 옳을까.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여든 살을 한 해 앞둔 배우가 들려주는 자전적 내레이션은 듣는 이에게 묵직한 울림과 성찰을 전해준다.

이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박정자의 노래다. 그는 이 무대에서 총 6곡의 노래를 직접 부른다. 최백호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를 비롯해 박정자 독집 음반 「아직은 마흔네살」의 타이틀곡 ‘검은 옷 빨간 장미’, 영화 <페드라> OST ‘사랑의 테마’, 영화 <조커>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등 박정자의 호소력 짙은 음색에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를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이 음악감독을 맡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박정자는 <노래처럼 말해줘>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호소력 짙은 음색이 배어나는 6곡을 선보인다. ©뮤직웰

서울 강남구 연습실에서 만난 박정자는 “배우 박정자가 배우 박정자를 다루는 연극이기에 어렵다. 배우가 무대에서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마치 옷을 걸치지 않고 무대에 나가는 것과 같다. 자전적 연극은 내 얘기를 그냥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의 삶을 글로 써줄 좋은 작가가 있어야 한다. 더 나이 들면 못 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오랜 친구인 이충걸 작가와 만나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이충걸 작가는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나보다 더 내 이야기를 잘 써주었다”라고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무래 오래 했어도, 무대를 앞두면 늘 긴장하죠.”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무대를 앞둔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고백이다. 무대에 선다는 것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행위다. 연극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NG를 허용하지 않고 매일매일이 생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무대에 서기 전까지 초긴장과 초집중 속에서 연습한다. 연습실에 지인들의 방문을 철저히 거절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누구도 이런 공연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힘들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용을 쓰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나이쯤 되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하는 건 안 해야 한다. ‘이게 아니면 내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연습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대를 앞두면 실수해선 안 된다는 강박으로 힘들다는 배우 박정자. <노래처럼 말해줘>는 ‘이게 아니면 내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이광재

그는 최근 연습실에서 겪은 일화도 소개했다.

“얼마 전 의상을 맡은 진태옥 선생님이 연습실에 오셨다. 내가 연습을 하는 걸 보시고는 눈물을 흘리셨다. 선생님이 울어서 둘이 껴안고 한참 울었다. 박정자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신 듯했다. 이 작품 한 편에 내 삶을 다 녹여낼 수는 없지만, 관객들이 ‘아, 저 배우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 천생 배우구나’ 하는 것만 알아주면 된다. 그 이상은 없어도 된다.”

박정자는 “연극배우는 관객에게 서비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일종의 서비스 마인드라고 설명했다.

“나는 서비스하는 사람이다. 난 광대, 익살꾼이다. 저 사람이 예술가라는 것은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거다. 이번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것도 서비스를 하는 의미다. 늘 전단을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공연 티켓을 사라고 내밀고, 지인들에게도 ‘한 트럭 오라’고 얘기한다. 나 스스로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하니까 많은 분이 와서 봐주시면 좋겠다.”

자연인 박정자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가급적 입을 다물고 듣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무대에서 실컷 이야기하니 평소에는 과묵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또, 그는 배우로서 평소 자신을 감동으로 가득 채워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평소 여행과 영화, 공연을 즐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감동적인 영화와 공연을 보면서 온몸에 좋은 에너지를 가득 채운다. 그렇게 채워놓아야 무대에서 쏟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오래된 지론이다.

“심플하게 사는 게 건강 비결이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바보처럼 산다. 기차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공연장에도 자주 간다. 최근에 영화 <두 교황>을 봤다. 너무 멋있었다. 그런 배우들을 보면 배우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俳優)라는 한자를 보면 배(俳) 자는 사람인(人)변에 아닐 비(非) 자가 붙어 있다. 인간이 아닌 게 배우다. 다른 사람들이 나도 그렇게 신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배우는 감동을 받는 게 중요하다. 그게 에너지가 된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연습실 한쪽에 놓인 연극 <노래처럼 말해줘>의 소품들 ©이광재

아직도 올라야 할 무대가 많이 남았다

우리 나이로 일흔아홉. 내년이면 팔순을 맞는다. 나이 들어가는 게 좋다는 그는 내년에 연극 <19 그리고 80>을 실제 팔순의 나이에 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연극 <19 그리고 80>을 직접 기획해 첫선을 보이며 “앞으로 80세까지 이 연극을 하겠다”고 호언했던 약속을 실제로 지키는 게 된 셈이다.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데 내년에 할 작품은 이미 정해졌다. 80세 기념으로 <19 그리고 80>을 하게 됐다. 윤석화 씨가 연출을,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제작을 맡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할 예정이다.”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무대 위에서 좋은 관객과 마주하고 싶은 바람을 말하는 배우 박정자 ©이광재

자신의 온 인생을 연극에 헌신해온 그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

“연극은 나의 피난처다. 내가 나를 숨길 수 있는 곳. 아마 내 삶에 연극이 없었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연극이다.”

그러면서도 연극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나는 관객을 0순위라고 생각한다. 연극을 완성하는 존재가 관객이다. 매일매일 무대 위에서 정말로 좋은 관객과 마주하고 싶은 게 내 바람이다.”

한 생애는 음악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은 한 생애만으론 충분히 표현될 수 없어요.
나는 아직 부를 노래가 많이 남아 있어요.

배우 박정자는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강렬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그의 연기를 보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팔순을 코앞에 둔 지금도, 박정자에게는 아직 올라야 할 무대가 많이 남아 있다.

김효원 스포츠서울 문화레저부 선임기자
사람을 사랑하는 문화전문 기자

박정자의 배우론 <노래처럼 말해줘>

기간 2020.02.06(목) ~ 2020.02.16(일)
시간 화~금 7:30PM/ 수 3PM, 7:30PM/ 토 6PM, 15일 2PM, 6PM/ 일 3PM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자유소극장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90 분
장르 연극
가격 R석 7만원 / S석 6만원
주최 (주)뮤직웰
문의 02-546-7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