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민족의 노래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2020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
8.29(토)·9.5(토) |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2019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 연주회 장면.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2020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5일에는 예술의전당 안에 새로 단장한 미래아트홀(서울서예박물관 4층)에서 <우리가곡 히스토리 콘서트> 쇼케이스가 열렸다. 올해는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6·25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에 8월 29일 음악회에서는 ‘한국가곡 100주년’에, 9월 5일 음악회에서는 ‘6·25전쟁 70주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예정이다.

새로운 문화예술운동으로 시작해 민족의 노래로 탄생

우리가곡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인 1920년대에 탄생했고 개척됐다. 1920년대는 한일강제병합이 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고, 국내에서는 3‧1운동, 해외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이 전개되는 시기였다. 그런 한편, 한국음악사의 측면에서 1920년대는 서양음악이 수용되어 한 세대가 지나고, 서양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음악가가 탄생해 활동을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강제적으로 일본의 창가만을 가르쳤고, 학교 밖에서는 일본의 대중가요 등 일본 노래가 범람한 때였다.
이에 조선의 새로운 노래 즉, 조선의 시를 노랫말로 하여 조선의 정서가 담긴 예술적인 노래를 만들어 보급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를 ‘가곡’이라 칭했다. 해외에서는 무장 독립투쟁이 전개된 데 비해 무장 활동이 여의치 못했던 국내에서는 새로운 문화예술운동으로 독립운동을 갈음하였고, 그 일환으로 가곡이 탄생해 개척된 것이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동심초>와 <첫사랑>을 연주한 소프라노 강혜정(<2019 가곡의 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북한의 가곡을 선보인 탈북 소프라노 명성희(<2019 가곡의 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테너와 베이스의 특징을 모두 가진 바리톤 공병우의 연주(<2019 가곡의 밤>).

우리가 좋아하는 가곡 중 상당수가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등장한 가곡은, 당시 식민 치하에서 시름하는 우리 민족에게 민족의 혼을 고취시키고 희망의 벗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해외에 사는 동포들에게도 전달되어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두루 불렸다. 그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가곡은 단순히 가곡의 차원이 아니라 ‘민족의 노래’라는 차원에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도 해외 동포들은 우리가곡을 민족의 노래라 여기며 애창하고 있다. 심지어는 북한에서도 “식민 치하에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였다”는 이유로 가곡을 사랑하고 있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18년에 열린 <가곡의 밤>에서는 스페인밀레니엄합창단(지휘 임재식)은 한복을 입고 한국과 스페인의 가곡과 민요를 선보였다.

〈제1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제1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광복 후에는 ‘국민가곡’으로

광복과 함께 우리가곡은 새로운 변모를 보이게 된다. 이 시기의 가곡 작곡가들은, 서양음악의 어법과 논리를 극복하여 한국의 독자적인 음악어법으로 만들어진 작품, 그리고 전통적인 소재를 서양음악에 접목시켜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새로운 ‘한국예술가곡’의 탄생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런 곡들은 서정성을 기조로 하면서, 우리의 전통적인 시가(詩歌)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현재적으로 재현해, 단순한 가곡이 아닌 ‘한국예술가곡’으로의 방향을 모색하였다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그와 함께 중등학교 음악 교과서의 중심 교재가 일본 노래에서 한국가곡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손으로 만드는 음악 교과서를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일본인이 만든 교과서를 사용하면서 거기에 수록된 일본 노래만을 불러야만 했다. 광복과 함께 음악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 작업이 우리 음악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음악 정서를 바로잡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음악 교과서를 통해 우리 노래를 보급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중심 교재로는 한국동요를, 중등학교 중심 교재로는 한국가곡을 채택하였고, 음악 시간은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가창 교육’이 주가 되었으며, 이 틀은 오랫동안 지속이 됐다. 이를 계기로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가곡 중 상당수가 ‘국민가곡’으로 사랑받고, 또한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부른 ‘추억의 노래’로도 역할을 했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연폭포>, <그리운 금강산> 등 정겨운 가곡들이 관중을 사로잡았다(<2018 가곡의 밤>).

그런 가운데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은 국토 분단과 민족 분열을 가져다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곡가들에게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많은 작곡가가 피난지에서 직접 시인과 시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시인들과 함께 민족의 시련을 가곡이란 예술 장르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민족의 비극을 노래한 가곡’, ‘전쟁 속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가곡’, ‘이별과 이산의 아픔을 노래한 가곡, ‘통일을 염원하는 가곡’, ‘목숨을 잃은 무명용사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는 가곡’ 등 우리가 ‘국민가곡’으로 애창하는 수많은 명가곡이 6‧25전쟁 중에 만들어졌거나, 전쟁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다.

한국가곡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우리 시대의 과제

한국가곡은 한때 범국민적인 애창곡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시절 우리 민족의 시대적인 고통과 애환을 같이 해왔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서정성’을 기조로 하는 음악적 정서가 우리 국민 정서와도 잘 맞았다. 중고등학교 음악교육의 중심 교재가 우리가곡이었다는 점도 가곡을 범국민적인 애창곡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곡은 ‘예술가곡’이라는 본래의 기능 이외에도 민족의 노래와 범국민적인 애창곡으로서의 기능을 하였고, 때에 따라서는 민요나 동요, 또는 세미클래식의 다양한 역할까지 기능을 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모든 출연자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합창으로 울려 퍼진 <2018 가곡의 밤> 무대.

한국가곡의 영광의 빛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 그림자는 다름 아닌 ‘친북’, ‘친일’, ‘친독재’를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즉, 가곡 자체의 문제가 아닌, 그것을 만든 사람이 ‘친북 행위’, ‘친일 행위’, ‘친독재 행위’를 했다는 점이 문제다.
한때 월북한 작곡가의 작품이 모조리 금지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월북한 시인의 시를 노랫말로 만든 가곡은 전부 가사를 바꿔야만 했다. 지금은 해금이 됐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작품을 잃어버렸고, 또 가사가 바뀐 노래 중 상당수가 복원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월북이나 친북 행위보다 친일 행위를 한 사람의 작품이 더 큰 논란이 된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 우리나라는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이중고를 겪었다. 이 시기부터 일제의 식민 정책은 ‘전쟁’에 초점이 맞춰졌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형태로 바뀌었으며, 음악은 전쟁 수행의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조선의 음악가들은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이중의 악조건 속에서 일제에 협력하든지, 아니면 지하에서 활동을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음악 활동을 하지 않든지, 또 그도 아니면 해외로 가든지 간에 선택을 해야만 했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음악가가 일제에 협력했다. 조선의 음악가로서 조선과 조선인을 위한 음악 활동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친일 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문제가 되고 그로 인해 한국가곡이 또 다른 시련을 겪고 있다. 195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가곡 중 ‘친북 행위’, ‘친일 행위’, ‘친독재 행위’를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운 작품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까?’라는 것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과제인 것이다.

한국가곡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8월 29일(토)과 9월 5일(토)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은 해를 거듭하며 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2019 가곡의 밤>).

한국가곡 탄생 100년을 즈음하여 예술의전당에서 마련한 <가곡의 밤>에서는, 한국가곡의 빛과 그림자를 조망하면서 우리가곡의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해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동시대 우리의 과제가 지혜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동시에 예술의전당이 매년 개최하는 <가곡의 밤>이 한국가곡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로서의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

글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음악학을 가르치면서 한국근현대 음악사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동경예술대학을 졸업하였고, 주요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양악편』, 『우리 양악 100년』(공저) 등이 있다.

<2020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

기간 2020.8.29(토)/ 2020.9.5(토)
시간 7PM
장소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관람등급 전체관람
관람시간 80분
장르 교향곡
가격 무료
주최 예술의전당
문의 02-580-1300

※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변화 및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안내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