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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클래식 음악 만찬으로의 초대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020년 주요 공연 | 콘서트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KBS교향악단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근거지로 활동 중인 세 메이저 교향악단이 올 한 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릴 공연들 가운데 놓치기 아까운 공연을 살펴본다.

KBS교향악단의 베토벤과 브람스

세 교향악단 중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위한 만찬을 가장 풍성하게 준비한 곳은 KBS교향악단(이하 ‘KBS’)이다. 지난 연말, 6년 동안 악단을 이끌었던 요엘 레비 감독을 떠나보낸 KBS는 올해 음악감독 없이 객원지휘자들과 함께 과도기를 보낸다. 통상 ‘과도기’라고 하면 불안, 혼란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올해 KBS가 준비한 프로그램과 연주자 라인업은 그런 우려를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탄탄하다. 특히 지휘자 라인업을 보면, 과거 악단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던 정명훈과 드미트리 키타옌코를 필두로 알렉산더 라자레프, 레너드 슬래트킨, 한스 그라프, 얍 판 츠베덴 등 명망 높은 거장급 지휘자들은 물론이고, 디르크 카프탄, 라몬 테바르 등 한창 국제무대에서 약진 중인 신진 지휘자까지도 섭외하여 신구의 조화를 도모한 것이 특징이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5월 베토벤 대표작을 선보일 미국의 거장 레너드 슬래트킨 ⒸCindy Mc Tee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겸하는 다재다능한 피아니스트 파질 세이 ⒸMarcoBorggreve

베토벤 프로그램부터 살펴보면, 모두 다섯 번의 공연에 베토벤의 대표작들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는데 모두 놓치기 아까운 공연들이다. 우선 미국의 거장 레너드 슬래트킨이 지휘할 첫 공연(5월 2일)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3번의 협연자로 나서는 터키 출신의 파질 세이에게 시선이 모아진다. 작곡을 겸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온 이 다재다능한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으로 과연 얼마나 개성적인 연주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브램웰 토비가 지휘할 두 번째 공연(7월 16일)에서도 캐나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협연할 바이올린 협주곡이 우선적인 관심사다. 과거 KBS와의 프로코피예프 협연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를 비롯하여 내한 때마다 수준 높고 품위 있는 연주로 관객들의 호감과 신뢰를 듬뿍 쌓은 에네스의 보증수표와도 같은 연주가 기다려진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현란한 연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Esther Haase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8월 ‘전원 교향곡’으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Matthias Creutziger

세 번째 공연(8월 28일)에는 두 명의 스타가 출동한다. 돋보이는 외모와 현란한 연주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조지아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최근 국내 무대에서의 보폭을 다시금 넓혀가고 있는 정명훈이 ‘전원 교향곡’을 지휘한다. 최고 인기작들만 모아놓은 네 번째 공연(9월 18일)의 이슈는 ‘두 거장의 만남’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가 ‘황제 협주곡’에서 관록을 드러낼 것이고,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무대를 통해 친숙해진 오스트리아의 거장 한스 그라프는 ‘에그몬트 서곡’과 ‘운명 교향곡’에서 정통파의 손길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진행될 마지막 공연(12월 24일)에서는 과거 KBS의 중흥기를 이끌어 많은 팬들이 그리워하는 키타옌코의 지휘로 ‘합창 교향곡’을 만나는 감격이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연주가, 기고가, 기획자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할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도 기대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역임한 네덜란드 지휘자 얍 판 츠베덴 Ⓒwong kin chung

한편 KBS는 베토벤 시리즈와 나란히 ‘브람스 사이클’도 선보인다. 그것도 현재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및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국제무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네덜란드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세 차례 공연을 전담하여 브람스 교향곡 전 4곡을 완주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이다. 츠베덴이 처음 국제적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네덜란드라디오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전집 음반(Brilliant 음반사)이었음을 상기하면 더욱 돋보이는 기획이다. 교향곡은 1번(3월 26일), 2번과 3번(10월 31일), 4번(11월 19일)의 순으로 연주되며, 3월 공연에서는 DG 아티스트로 활약 중인 오스트리아의 젊은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가 슈만 첼로 협주곡을, 11월 공연에서는 우리나라의 선우예권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이밖에도 러시아의 거장 알렉산더 라자레프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 ‘겨울날의 환상’을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할 1월 30일 공연, 소프라노 황수미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만년의 보석 같은 걸작 ‘4개의 마지막 노래’를 들려줄 2월 28일 공연, 캐나다의 걸출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조세포비치가 출연할 5월 21일 공연 등 올해 KBS의 공연은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취적인 프로그램

새로운 음악감독과 대망의 첫 시즌을 보낼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은 올해 정기연주회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분량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소화한다. 그중 신임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하는 공연은 3회인데, 먼저 5월 29일 공연은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본 윌리엄스, 엘가 등으로 짜인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악단에서는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을 공연 타이틀로 내세웠으나, 다른 곡들도 무시 못 할 수작들이다. 8월 20일과 21일 공연에서는 핀란드 출신인 벤스케의 장기 레퍼토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은 벤스케가 라티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던 시절 초판과 개정판을 나란히 수록한 음반으로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곡이기에 각별한 관심과 기대가 모인다.

서울시향은 재작년부터 ‘올해의 음악가’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올해의 주인공은 스웨덴 출신의 트럼펫 연주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이다. 데뷔 직후부터 ‘현존하는 최고의 트럼펫 주자’라는 타이틀을 보유해온 하르덴베리에르는 수차례의 내한을 통해서 이미 우리 관객들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앞서 언급한 벤스케 지휘의 8월 20일과 21일 공연에 협연자로 나서 브렛 딘의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하고, 8월 27일 공연에서는 독주와 지휘를 겸하여 C. P. E. 바흐, 패르트, 오네게르, 졸리베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특히 8월 27일 공연은 재작년 아쉬움 속에 마감된 서울시향의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 지휘로 각별한 관심을 끄는 신임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 ⒸCourtney Perry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는 ‘현존하는 최고의 트럼펫 주자’로 손꼽힌다. ⒸMarco Borggreve

다음 세 공연도 주목할 만하다. 역시 하르덴베리에르가 출연하는 3월 13일과 14일 공연은 지휘자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데, 바로 얼마 전까지 드레스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장으로 수차례 내한했던 독일의 중견 미하엘 잔덜링이다. 하르덴베리에르가 최상의 연주로 선보일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과 독일 정통파 지휘자가 빚어낼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을 한꺼번에 만날 드문 기회다.

10월 16일 공연은 모차르트와 메시앙을 나란히 배치한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끄는데, 이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할 인물은 프랑스의 거장 실뱅 캉브를렝이다. 우리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캉브를렝은 브뤼셀 모네극장, 프랑크푸르트오페라, 슈투트가르트오페라의 감독으로 활약했고, 독일의 바덴바덴-프라이부르크방송교향악단 및 일본의 요미우리니폰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역임한 관록의 거장이다. 한편 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인 티에리 피셔가 지휘할 12월 5일과 6일 공연에서는 베를리오즈의 오라토리오 ‘파우스트의 겁벌’이 무대에 오른다. 작곡가의 최대 역작인 이 작품은 ‘베를리오즈 서거 150주년’이었던 지난해 이렇다 할 기념 공연이 없어 아쉬웠던 베를리오즈 팬들의 갈증을 뒤늦게나마 해소해줄 것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말러 사이클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 교향악단’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올해 창단 35주년을 맞이한다. 그 기념 공연은 3월 5일부터 진행되는데, 바그너의 서곡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말러의 가곡, 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지휘는 음악감독 정치용이 맡을 예정이며, 무대에 오를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에서는 독일 드레스덴젬퍼오퍼의 주역 가수로 활약 중인 바리톤 양준모의 노래를 만날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창단 35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인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 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작년 2월 교향곡 1번으로 ‘말러 사이클’의 닻을 올린 바 있는데, 지난 12월의 ‘부활 교향곡’에 이어 올해는 말러 교향곡 3번과 4번을 무대에 올린다. 이 두 공연을 위해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가수들을 섭외했는데, 먼저 교향곡 4번이 연주될 7월 17일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캐슬린 킴이 피날레 악장의 독창자로 나서 예의 청아하고 탁 트인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고, 11월 13일 공연에서는 이 시대 최고의 콘트랄토인 스웨덴의 안나 라르손이 출연하여 교향곡 3번의 4악장과 5악장에서 절창을 선보일 것이다.

협연자 중에서는 6월 3일의 <한국-스페인 수교 70주년 기념 음악회>에 출연할 카탈루냐의 기타리스트 후안 마누엘 카니사레스를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플라멩코 기타 연주가인 카니사레스는 2011년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유러피언 콘서트>에 출연,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으로 찬사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바로 그 곡을 연주한다. 객원지휘자로는 10월 14일 공연에서 아르보 패르트, 브람스 교향곡 3번 등을 지휘할 아누 탈리가 눈길을 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여성 지휘자로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온 그녀에 대해서 「헤럴드 트리뷴」지는 ‘카리스마가 넘치며 천재성과 굉장한 에너지를 가졌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최근 지휘계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는 ‘여성 시대’의 일단을 엿볼 귀중한 기회라 하겠다.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체험과 상상력, 감동을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에서 보다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느끼기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BS교향악단 제751회 정기연주회

기간 2020.02.28(금)
시간 20:00
장소 콘서트홀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120 분
장르 교향곡
가격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4만원 / B석 3만원 / C석 1만원
주최 (재)KBS 교향악단
주관 (재)KBS 교향악단
문의 02-6099-7400

2020 서울시향 미하엘 잔덜링의 브루크너 교향곡 3번 ①

기간 2020.03.13(금)
시간 20:00
장소 콘서트홀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120 분
장르 교향곡
가격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 B석 2만원 / C석 1만원
주최 (재)서울시립교향악단
문의 1588-1210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창단 35주년 기념음악회

기간 2020.03.05(목)
시간 19:30
장소 콘서트홀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110 분
장르 교향곡
가격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 B석 1만원
주최 (재)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문의 02-523-6258
후원/협찬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