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TALK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음악 조립 설명서〉

숫자로 만들어가는 D.I.Y 클래식 음악 공연

사람들은 늘 무엇을 시작하기 위한 ‘적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사실 언제나 가장 좋은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특히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각자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는 요즘, 감히 지금이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기 위한 적기라고 말하고 싶다. 느긋한 나만의 시간과 커피 한 잔, 그리고 무대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마치 나를 위한 새로운 조립식 장난감을 만나듯 설레는 마음으로 설명서를 펼쳐 들고, 순서대로 단계를 따라가면 된다.

이제부터 객석 1열 정중앙에 앉아 있는 나를 상상해보자. 무대의 크기는 클수록 좋다.
우리는 아주 많은 음악가를 불러 모을 예정이다.

STEP 1. 홀로서기

우리는 이제 무대 중앙에 피아노를 한 대 놓고 피아니스트를 앉혀 리사이틀, 즉 독주회를 진행할 것이다. 물론 오늘의 연주곡들은 길지 않다. 클래식 음악은  길고 지루하다는 편견은 구석에 고이 접어두고, 취향대로 공연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L. v. Beethoven – ‘Rondo a Capriccio’ in G Major, Op. 129

첫 곡은 ‘잃어버린 동전에 대한 분노’라는 부제가 붙은 베토벤의 ‘론도 카프리치오’다. 이 곡은 베토벤 사후에 출판된 악보로, 당시 악보에 적혀 있던 메모를 부제로 붙였다. 작곡가의 자필은 아니며, 그의 비서 ‘쉰들러(Schindler)’의 필적이라 추정된다. 어쨌든 시작부터 쏟아지듯 몰아치는 음들을 따라가다 보면, 동전을 100개쯤 잃어버린 듯한 분노를 느낄 수 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한 번쯤 들어본 용어 ‘론도(Rondo)’는 같은 주제가 여러 번 반복되는 악곡 형식으로, 듣다 보면 곡 사이사이 처음의 멜로디가 반복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카프리치오(Capriccio)는 ‘변덕스러움’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다.

STEP 2. 하나보단 둘

이제 무대 위에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이 더 등장했다. 이중주, 즉 듀오 공연이다.

F. Kreisler – ‘Liebesleid’

이번 곡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Liebesfreud)’이 아닌 ‘사랑의 슬픔(Liebesleid)’이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크라이슬러는 빈의 왈츠 선율을 바탕으로 ‘빈의 옛 춤곡들’이라는 3곡의 모음곡을 작곡했는데, 첫 번째 곡이 ‘사랑의 기쁨’, 두 번째 곡이 바로 ‘사랑의 슬픔’이다. 직관적인 제목 탓에 곡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슬픔’치고는 곡이 너무 아름답고 밝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크라이슬러가 제대로 이별을 해본 적이 없어서라는 설이 돌지만, 진실은 약 110년 전의 그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이 곡이 마음에 든다면, 내친김에 모음곡의 마지막 곡인 ‘아름다운 로즈마린(Schöne Rosmarin)’까지 앙코르로 요청해보자.

STEP 3. 무적의 트리오

이번에 합류한 연주자는 첼리스트다. 이로써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로 이루어진 피아노 트리오가 완성되었다. 삼중주를 들을 차례다.

F. Schubert – ‘Piano Trio’ No.2 in E-flat Major, D.929 2nd mov.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중 가장 유명한 2악장이다. 당시 슈베르트에게 대중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매체에 여럿 삽입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세 악기가 주고받는 긴장감 있는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이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장송행진곡 풍의 선율은 어둡고 장중한 느낌을 전달하기에도 충분하다. 그러나 혹시 정반대의 기분을 느꼈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어찌 되었든 음악을 듣고 무언가를 느꼈다면 지금까지는 성공이다. ‘초기 낭만파의 최고봉’인 슈베르트의 음악사적 업적 따위는 추후 보완 조립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도 2악장이 마음에 들었다면, 내친김에 나머지 1, 3, 4악장도 함께 들어보자. 40여 분에 달하는 전곡을 꼭 한꺼번에 다 들을 필요는 없다. 하루에 한 악장씩 천천히 다가가면 오히려 매일 그 감동이 배가되리라 생각한다.

STEP 4. 별들이 모이면 은하수가 된다

피날레는 웅장할수록 좋은 법. 이번에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비롯한 현악기부터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그리고 타악기 연주자까지 모두 섭외했다. 우리의 무대는 이제 연주자들로 꽉 찼다. 오케스트라가 완성된 것이다. 하나여도 아름다운 소리를 한데 모아놓았으니, 그 소리는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아쉽지만 피아노는 잠깐 무대 뒤로 보내고, 대신 지휘자를 세울 포디움(Podium)을 마련한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은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1시간이 넘어간다. 물론 이 역시 악장별로 감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부담된다면 짧고 경쾌한 곡으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매력에 빠져보자.

P. I. Tchaikovsky – Polonaise from Opera <Eugene onegin>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3막에 등장하는 폴로네즈(폴란드 춤곡)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로 오늘날 음악회에서도 따로 자주 연주된다. 이처럼 대(大)곡을 접하기 전 오페라, 발레의 삽입곡이나 연주회용 서곡으로 만들어진 곡들을 먼저 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이 짧고 경쾌하므로 부담 없이, 그리고 졸지 않고 곡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대로 연주회를 끝내기 조금 아쉽다면, 마지막으로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가 함께하는 협주곡으로 무대를 장식하는 건 어떨까. 처음 썼던 피아노를 다시 무대 앞으로 옮겨본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여 준비한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L. v. Beethoven – ‘Piano Concerto’ No.3 in C Minor, Op.37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콩쿠르 중 하나인 윤이상국제콩쿠르의 2019년 결승 연주 영상이다. 한눈에 봐도 앳된 얼굴의 협연자는 15세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콩쿠르의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이다. 나이를 믿기 어려울 만큼 깊고 단단한 그의 소리만큼, 앞으로의 음악 세계가 기대되는 우리나라 차세대 음악가다. 그가 들려주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마지막으로, 음악회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잠깐, 혹시나 음악회를 끝내고 공연장을 나섰는데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면, 내친김에 늦더위를 날려버릴 야외 공연을 하나 더 추가해본다.

P. I. Tchaikovsky – ‘1812 Overture’, Op.49

클래식 음악을 꼭 고상하게 공연장 안에서 즐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차이콥스키의 곡이며, 1812년 러시아 승전의 내용이 담긴 ‘1812 서곡’이다. 이 곡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소리의 등장이다. 무려 대포와 교회 종소리가 등장한다. 물론 실내 연주 시 대부분이 다른 악기로 대체되지만, 그 웅장함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상 속에 담긴 네덜란드의 <프린센그라흐트 콘서트>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악기(?)가 등장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감상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제 클래식 음악 감상의 기본 조립은 끝났다. 다음 단계는 응용이다. 무대 위의 악기를 바꾸거나, 연주자의 숫자나 곡의 길이를 늘여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저렇게 조립하다 보면, 내 마음에 쏙 드는 여러 가지 완성품이 나오리라. 그리고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완성품들은 우리 삶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리라 굳게 믿는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글 신선화 예술의전당 음악사업부

로맨틱코미디오페라 <춘향 2020>

기간 2020.8.29(토)~2020.9.2(수)
시간 화~수 7:30PM/ 토~일 3PM *월 공연 없음
장소 자유소극장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80분
장르 오페라
가격 일반석 5만 원
주최 예술의전당
문의 02-580-1300

※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변화 및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안내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