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14개 교향악단과 함께한
14일간의 클래식 음악 여행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실황 중계를 하기 위한 라디오 중계석은 무대를 바라보았을 때 객석 왼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무대 등장 직전 연주자들의 생생한 표정이나 의상, 걸음걸이와 인사 등을 포함한 무대매너 등을 살피기엔 최적의 자리지만, 정작 순수한 음악 감상을 하기에 좋은 위치는 아니다. 헤드폰을 썼다 벗었다 하며 소리에 집중하다 지루해질 때, 문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한다. 음악회에서 별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꽤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바로 무대로 향한 청중들의 옆얼굴이다. 프로필이 사람이 지닌 진실한 면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지만, 음악에 집중하는 청중들의 옆얼굴은 음악회장을 채운 청중 숫자만큼의 다양한 감동을 반영한다. 몰래 살펴본 청중들의 표정 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눈빛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 콘서트홀로 향한 청중들의 눈빛은 유난히 형형했는데, 마스크로 가려져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반쪽 얼굴까지 존재감을 나타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국내 14개 관현악단의 연주가 펼쳐진 2020 <교향악축제>.

악조건 극복한 국내 최대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그러고 보니, 이번 2020 <교향악축제>의 출연자들도 거의 전부 마스크를 쓴 채 연주에 임했다. 어떤 이는 소리로, 어떤 이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순간의 짜릿한 감동을 공유한 셈이다. 입과 코를 막아도 음악을 곁에 두고자 하는 열망과 그 간절함을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깨우쳐준 소중한 역설이다. 폭우와 수해로 온통 어지럽던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의 휴가 시즌은 이런 <교향악축제>가 펼쳐진 덕분에 14일간의 반가움으로 훌쩍 지나갔다. 국내 최대 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의 생명력은 야심차게 준비한 레퍼토리에 대한 연주 전 설렘, 교향악단 간의 건강한 경쟁의식 등으로 점점 강하게 이어졌다.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 지휘자들의 큰 그림들은 코로나19로 개최가 늦어지면서 몇 달을 더 기다린 <교향악축제>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젊은 지휘자들의 다채로운 음악 세계 표현

젊은 얼굴들은 늘 첫 번째 관심거리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이끈 윌슨 응은 유연한 흐름과 밝은 음색으로 슈만의 교향곡 2번을 건강한 개운함으로 마무리했다. 이병욱의 인천시립교향악단은 농염함과 다이내믹이 공존하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을 완성도 있게 들려주었으며, 페스티벌 후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나란히 무대에 올린 김광현의 원주시립교향악단과 지중배의 KBS교향악단은 각각 큰 스케일과 호방한 울림(교향곡 5번), 신선한 리듬감과 루바토(교향곡 4번) 등으로 짙은 인상을 남겼다.

노련미를 발휘해 감동 전한 기성 지휘자들

기성 지휘자들의 해석도 살아 있었다. 중량감과 기름진 울림으로 베토벤의 ‘운명’을 그려낸 창원시립교향악단의 김대진, 정공법적인 접근으로 차이콥스키의 ‘비창’을 해석해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 김경희 지휘의 전주시립교향악단, 자연스러운 율동감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최희준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7번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담백하면서도 정교한 앙상블로 세련미가 뚜렷한 슈만의 교향곡 ‘라인’을 표현한 정치용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거대한 구조와 서정성을 겸비한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소개한 성기선의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흥미로운 서사시처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1번을 연출해낸 장윤성의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호연을 들려주었다.

또한 줄리안 코바체프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님에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 아기자기한 프레이징과 균형 잡힌 울림으로 베토벤의 ‘영웅’을 멋지게 만들어냈으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끈 마시모 자네티는 날렵한 음상과 매끈한 프레이징으로 멘델스존이 그려낸 ‘이탈리아’의 매력을 유감없이 나타냈다. 강릉시립교향악단과 청주시립교향악단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색깔을 다듬어온 류석원과 조규진은 각각 말러의 교향곡 1번과 5번을 준비했는데, 지휘자가 제시한 음악적 구상과 이에 화답하는 단원들의 긴밀한 조응,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까지 노련미가 돋보인 무대였다.

풍성한 무대를 연출한 젊은 연주자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축제에 아이러니한 플러스로 작용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예년이면 해외 무대와 마스터클래스 등으로 바빴을 젊은 연주자들이 여러 경로로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인데,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면면이 그러했다. 차이콥스키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연주한 김동현의 무대는 꼼꼼하고 흔들리지 않는 인토네이션(Intonation : 연주 시 의도한 음정에 정확히 도달했는지에 여부를 의미한다.)과 안정된 아고긱(Agogics : 연주 시 속도의 표현법으로, 엄격한 템포와 리듬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켜 색채감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진주와 강릉시립교향악단은 생상스 협주곡 3번의 드라마틱하고 스케일이 큰 악상을 깊고 성숙한 뉘앙스와 함께 전달했다. 우아한 선율미로 청중들을 매료시킨 송지원은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글라주노프의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흡인력 있는 음색을 러시아 음악 속에 녹여내는 모습이 훌륭했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바버의 협주곡을 연주한 양인모는 미국적인 정서와 20세기적 낭만이 섞인 난곡을 재치 있게 해석했다. 베토벤의 해에 그의 협주곡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최예은은 고급스러운 음색과 사려 깊은 루바토, 탄력 있는 기교로 멋지게 요리했다. 젊은 학구파 교수님의 연주도 이에 못지않았다.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백주영의 브루흐 협주곡 1번은 나긋나긋한 음상과 그것에 걸맞은 유연한 프레이징으로 독일 낭만의 향기를 풍성하게 전달했다.

참신한 곡 해석이 돋보인 피아노 연주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는 친숙한 레퍼토리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차별화된 결과물로 만들어냈다. 축제의 스타트였던 김정원의 브람스 1번은 여유가 느껴지는 정열이 시종 편안하게 다가온 연주였고, 독일 낭만의 분위기도 적절했다. 이번 축제에서 중견의 위치를 멋지게 담당한 주희성의 연주는 정중동과 우아함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주었다. 차이콥스키 1번이 지닌 아기자기한 음영을 놓치지 않고 재치 있게 살려낸 흥미로운 시각도 돋보였다. 임동민이 해석한 베토벤 협주곡 1번은 솔직 담백한 접근과 젊은 베토벤의 기백을 자유롭게 나타내 청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비르투오소의 이미지로 무장한 한상일의 리스트 협주곡 1번은 극단의 루바토와 템포 연출로 흥미를 끌었으며, 비르투오소의 실체를 드러낸 전곡의 밸런스 역시 훌륭했다. 베토벤 협주곡 2번을 연주한 박종화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엮어가는 자세가 호감을 주었으며, 악장 간 악상과 온도 차를 극명하게 그려내어 흥미로운 뒷맛을 제공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이강호, 이상은 첼리스트(왼쪽부터).

한화와 함께하는 2020 〈교향악축제〉 스페셜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첼로 협연자들의 흥미진진한 개성 대결

대조적인 매력이 두드러진 첼로 협연도 흥밋거리였다.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1번을 무대에 올린 이강호의 해석은 이지적이고 단정하면서도 정열의 남용을 억제해 작곡가 특유의 풍자를 요령 있게 승화시켰다. 마지막 날의 대미를 장식한 이상은의 엘가 협주곡은 작품이 지닌 비애감을 유려하게 그려냈으며, 정교함이 돋보이는 운궁이 여운을 남겼다.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이 협연자로 나선 무대에서는 루이스 슈포어의 ‘현악4중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A단조’가 연주되었다. 부드러운 서정성과 음울한 정서가 인상적인 작품에서,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은 ‘따로 또 같이’ 표현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정석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잠재력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2021 <교향악축제>를 기약하며

엄중한 방역 속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된 올해 <교향악축제>는, ‘스페셜’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참으로 특별한 마무리를 했다. 해마다 돌아오는 음악 페스티벌이 일상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내년의 <교향악축제>는 좀 더 기쁘고 살가운 모습일 것을 마음속으로 상상해본다. 마음껏 환호와 갈채를 전할 수 있기를, 로비와 객석에서 음악 얘기를 실컷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수고한 연주자들에게 뜨거운 포옹을 보낼 수 있기를.

글 김주영 피아니스트
서울대 기악과와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 음악원 대학원 및 연주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상명대, 추계예술대학교 겸임교수 및 서울종합예술학교 피아노과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김주영의 클래식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 아카데미 ‘정오의 음악회’와 KBS 클래식 FM ‘실황 특집 중계방송’ 진행을 맡고 있다.

로맨틱코미디오페라 <춘향 2020>

기간 2020.8.29(토)~2020.9.2(수)
시간 화~수 7:30PM/ 토~일 3PM *월 공연 없음
장소 자유소극장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80분
장르 오페라
가격 일반석 5만 원
주최 예술의전당
문의 02-580-1300

※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변화 및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예술의전당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안내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