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로즈 와일리의 삶에는 세월이 아닌 예술만이 있을 뿐

〈영국을 너머 전 세계를 사로잡은 86세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展〉
2020.12.4(금)~2021.3.28(일) |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Rose Wylie_Photo by Joe McGorty, 2013.

최근 몇 년간 로즈 와일리에게는 여류 작가, 고령의 신진 작가, 할머니 작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대기만성형 예술가 등 그를 정의하는 많은 호칭이 생겨났다.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단이나 미술관들의 진지한 관심 외에도 대중들의 호응과 사랑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미술대학교를 졸업한 그가 20대에 결혼하여 20년간 전업주부로 살다 40대에 다시 미술 공부를 시작하고 기나긴 무명 생활 끝에 76세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신진 작가로 꼽힌 것도, 80세에 화가에게 주어지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존 무어 상을 받은 것도, 2018년에 영국 황실로부터 문화 공로상을 받은 것도, 그리고 세계적인 미술관과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소장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이제는 많은 이에게 익숙해졌다. 한 평론가가 “당신은 본인을 영국 작가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로즈 와일리는 “아뇨, 난 그저 작가일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 대답만큼 그의 인생사와 예술을 잘 정의하는 말은 없을 듯하다.

최근 몇 년간 로즈 와일리에게는 여류 작가, 고령의 신진 작가, 할머니 작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대기만성형 예술가 등 그를 정의하는 많은 호칭이 생겨났다.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단이나 미술관들의 진지한 관심 외에도 대중들의 호응과 사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전 세계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화가 로즈 와일리. ©Rose Wylie_Photo by Joe McGorty, 2017.

올해 10월 86세 생일을 맞은 로즈 와일리는 한 번도 자신이 아티스트이기를 멈춘 적이 없다. 영국의 켄트 지방, 집 2층에 있는 스튜디오를 방문한다면 이에 더더욱 공감할 것이다. 벽을 꽉 채운 대형 캔버스에 작업하면서 물감을 영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인 「가디언」을 펼쳐놓고 먼저 칠해보면서 작업을 하기에 스튜디오 바닥에는 물감이 말라붙고 구겨진 신문지들이 여기저기 가득 쌓여 있다. 이들 중 하나를 들어서 펼쳐 본다면 과거 사건 사고나 정치적인 논쟁, 스포츠나 문화, 연예계 소식 등의 단편들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우리가 로즈 와일리의 그림들에서 다양한 단서들을 발견해내는 것처럼 말이다.

스튜디오 한구석에는 유화 작업을 하기 전 그리는 수많은 드로잉들과 혹은 드로잉으로 가득한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을 발견할 수 있다. 로즈 와일리는 작업에 대한 영감과 소재에 대해 드로잉을 진행하며 그 소재들에 대한 매우 신중한 리서치 과정을 거친다. 유럽의 르네상스 회화나 멕시코의 종교화, 고대의 역사, 혹은 하나의 영화를 심층 분석하는 등의 매우 디테일한 리서치를 거쳐 드로잉들을 먼저 제작하고 이를 토대로 와일리는 자신보다도 키가 큰 캔버스에 유화를 그려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영감들과 소재들이 더해지기도 하고 덜어지기도 한다.

완성한 그림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위에 캔버스 조각을 덮어 다른 그림을 그리기를 주저하지 않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마치 말풍선을 달듯이 텍스트를 써넣기도 한다. 그래서 완성된 그림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그의 지문처럼 남는데, 거기에서 창작하는 작가의 기쁨과 열정, 망설임과 고뇌의 순간을 모두 엿볼 수가 있다. 특히 드로잉에서 매우 정교한 디테일과 종종 그가 적어놓은 각주들을 함께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로즈 와일리에게는 드로잉이 보다 완성된 작품이고 캔버스의 회화는 그 드로잉들을 좀 더 크게 그대로 옮겨놓기 위한 장인 듯하다. 이 둘을 비교해 보면서 로즈 와일리가 얼마나 소재의 선택이나 표현 기법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예술가인지 알아채게 된다.

최근 몇 년간 로즈 와일리에게는 여류 작가, 고령의 신진 작가, 할머니 작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대기만성형 예술가 등 그를 정의하는 많은 호칭이 생겨났다.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단이나 미술관들의 진지한 관심 외에도 대중들의 호응과 사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대중적인 소재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하는 로즈 와일리의 작품. © Rose Wylie, <Six Hullo Girls>, 2017,
182x330cm, 캔버스에 유채.

로즈 와일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먼저 접하면 대부분 그 그림을 그린 작가가 나이 어린 신진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로즈 와일리는 영국왕립예술학교에서 드로잉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매우 숙련된 화가의 기술을 연마한 작가다. 로즈 와일리는 자신이 획득한 이러한 전통적인 배움의 과정을 다시 지우고 허물어가며 진정한 자신을 찾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자신만의 화법을 구축했다. 쉽게 그린 듯 보이는 그림들 속에는 오랜 세월 쌓아온 삶에서 길어 올린 상징들이 가득 차 있으며, 그 하나하나의 상징들은 우리 삶에서 발견하는 사물들, 인물들, 그리고 다양한 환경과 현상들에 대한 남다른 관찰력과 이들에 대한 로즈 와일리 자신의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사고와 연구의 결과물이다. 그가 즐겨 읽는 소설이나 시의 한 구절, 영화 속의 인상 깊은 장면, 무심코 지나치다 발견하는 잡초나 들꽃, 집 안 한구석에 놓여 있는 가위, 정원의 개구리, 동화 속의 백설공주, 마스카라를 바른 여인의 눈, 자신이 젊었을 때 입었던 옷들, 테니스 선수들…. 작품의 소재들은 무궁무진하다. 작가 자신만의 기억이나 경험, 이러한 사물들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사유가 어우러져 이 소재들은 로즈 와일리만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로즈 와일리에게는 여류 작가, 고령의 신진 작가, 할머니 작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대기만성형 예술가 등 그를 정의하는 많은 호칭이 생겨났다.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단이나 미술관들의 진지한 관심 외에도 대중들의 호응과 사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쿠바 문화에 대한 오마주 페인팅 작품. ©Rose Wylie, <Cuban Scene, Smoke>, 2016, 208x340cm, 캔버스에 유채, Photo by Soon-Hak Kwon.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로즈 와일리의 남편이자 화가인 로이 옥슬레이드의 영향으로 그는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축구와 관련된 그림을 즐겨 그린다.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팀의 경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최근에는 매우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주며 맹활약을 펼치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그림들을 그리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를 위해 기획된 작가와 손 선수와의 인터뷰에서 손 선수가 이런 질문을 한다. “축구에서는 우리는 언제나 골을 넣고자 하고, 경기에서 이기고자 하고, 트로피를 받고자 합니다. 회화에서 ‘이긴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러자 로즈 와일리는 대답한다. “내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것이야말로 창작의 조건이자 문제겠죠.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일종의 ‘경지’나 ‘퀄리티’에 다다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건 또 무엇일까요? 해답은… 그저 직접 느껴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최근 몇 년간 로즈 와일리에게는 여류 작가, 고령의 신진 작가, 할머니 작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대기만성형 예술가 등 그를 정의하는 많은 호칭이 생겨났다.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단이나 미술관들의 진지한 관심 외에도 대중들의 호응과 사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가디언」지 기사를 읽고 토트넘 팀을 주제로 한 스케치. ©Rose Wylie, <Tottenham go fifth>, 2020, 21×29.7cm, 종이에 연필과 색연필, Photo by Jo Moon Price.

최근 몇 년간 로즈 와일리에게는 여류 작가, 고령의 신진 작가, 할머니 작가,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대기만성형 예술가 등 그를 정의하는 많은 호칭이 생겨났다.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평단이나 미술관들의 진지한 관심 외에도 대중들의 호응과 사랑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손흥민 선수의 골 세레머니 장면. ©Rose Wylie, <Tottenham Colours, 4 Goals>, 2020, 84x59cm, 종이에 유채와 캔버스 콜라쥬, Photo by Jo Moon Price.

로즈 와일리의 스튜디오에 가득 쌓인 「가디언」 신문지 더미 속 수많은 기사에서 시간과 공간의 실마리를 발견하듯이 그림들 속의 모든 요소는 그것들이 그곳에 존재해야만 하는 각각의 이유를 품고 있다. 이 이유는 로즈 와일리 자신만이 아는 것들도 있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며 알아채는 것들도 있고, 때로는 그림 앞에 선 이들이 상상하는 세계 속에도 있다. 그래서 그의 캔버스에는 늘 우리 자신들의 생각과 상상력을 투영할 수 있는 거울처럼 열린 공간이 존재한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로즈 와일리 경력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초기작부터 가장 최근에 완성한 그림들, 수많은 드로잉들을 함께 선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로즈 와일리가 어떠한 영감을 얻는지, 또 이를 어떻게 작품으로 창조해내는지 엿볼 수 있도록 그의 스튜디오를 전시장에 재현했다는 것이다. 종종 그의 작품에서는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위트나 행복감을 선사하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그는 팔순이 넘는 나이에도 운동화를 즐겨 신는데 그 운동화들은 늘 색색의 물감으로 얼룩져 있다. 회색의 단발머리에 아무렇게나 핀을 꽂고 헐렁헐렁한 니트나 오래된 오버사이즈 양복 재킷을 멋지게 입을 줄 아는 로즈 와일리에게 세월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나는 그저 작가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로즈 와일리의 삶에는 세월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예술만이 깃들어 있다. 이번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展>에서 평생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간직하며 살아가고 작업하는 한 예술가와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UNC, Choi & Lager, David Zwirner

글 최선희·야리 라거 초이앤라거 갤러리 공동 대표
최선희와 야리 라거Jari lager는 대한민국 서울과 독일 쾰른에 위치한 초이앤라거 갤러리의 공동 대표로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한국과 서양의 작가들을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야리 라거는 로즈와일리 스튜디오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로즈 와일리展>

기간 2020.12.4(금)~2021.3.28(일)
시간 10AM~7PM(입장 마감 6PM)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실
관람등급 전체관람
장르 전시
가격 일반 15,000원, 청소년(만 13세~18세) 13,000원
어린이(36개월~만 12세) 11,000원
주최 CCOC, UNC
주관 UNC
문의 02-733-2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