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비대면, 라이브, 방구석
팬데믹 2년 차의 지구촌 뉴노멀 신년음악회

2021년 새해를 알리는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장면.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는 이맘때면 늘 설레고 들뜬 기분으로 새해 소망을 빌곤 했는데요. 올해는 잘 버티고 있는 지구촌 모두를 위한 응원을 더해볼까 합니다. 따듯한 말 한마디에 때로 굉장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거든요. 팬데믹이 종식되는 그 순간까지 우리 모두 지금처럼 침착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버티실 수 있도록 조금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팬데믹 2년 차,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음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그저 소리일 뿐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지난해 온 국민을 울렸던 매머드급 트로트 광풍(狂風)은 음악이 주는 위로를 증명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죠. 클래식 음악이 수백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소멸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참, 새해의 첫 달을 기념해 지구촌 곳곳에서 랜선 신년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음악회를 볼 수 있다니, 참 낯섭니다. 거리두기 강화로 힘이 되어주는 친구를 만날 수도 없는 요즘, 음악과 함께 지친 마음을 추슬러보는 건 어떨까요? 더불어 올 한 해의 여러 일을 구상해보고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새해에 듣는 경쾌한 음악은 고단한 모두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줄 것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된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팬데믹이 낳은 공연계 유행은 ‘비대면, 라이브, 방구석’

코로나19 팬데믹 2년 차 사회 곳곳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물론 공연예술계에도 낯선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비대면, 라이브, 방구석이 그 주인공인데요. 저도 처음에는 이 단어들이 낯설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귀에도 잘 들리고, 입에도 착착 붙습니다. 세 가지 흐름은 팬데믹 종료까지 어쩌면 그 이후 어느 시점까지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뉴노멀로 자리 잡아도 좋겠다 싶고요. 방구석 음악회, 라이브 음악회의 매력이 생각보다 괜찮거든요.

코로나19 장기화가 공연예술계에 새로운 언택트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오페라오케스트라를 시작으로, 온라인 공연 유료 서비스도 시작되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는 공연예술계를 위해 오페라 한 편, 교향곡 한 편 결제하는 것도 팬데믹 시대의 인간적인 나눔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어떤 분야 못지않게 위기를 맞은 곳이 바로 공연예술계거든요.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에게는 더없는 응원입니다.

매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세계 곳곳에서 개최되던 신년음악회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리던 축포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쉽게도 2021년 신년음악회는 팬데믹 공연계의 룰을 따릅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유명한 신년음악회 중 하나인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온라인 생중계로 새해의 시작을 알렸고요. 국내 여러 신년음악회도 온라인 생중계 등을 통해 새해 첫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음악회로 유명한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도 취소돼 아쉬움이 컸습니다. 우면산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던 불꽃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온라인 생중계로 전파를 탄 신년음악회가 1월 6일 예술의전당 네이버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열렸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피아니스트 김선욱, 소프라노 박혜상, 지휘자 여자경과 KBS교향악단이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했습니다.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는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다양한 음악가와 발레 무용가가 참여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저도 집에서 잠옷 차림으로 객석 어딘가에 앉은 듯 누운 듯 감상했습니다. K클래식의 대표주자인 신지아가 핑크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주한 드보르자크의 ‘꿈속의 고향’ 을 듣고, 왈칵 눈물을 쏟을 뻔하기도 했어요. 지친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으로 남았습니다. 또 예술의전당의 텅 빈 로비에서 발레리노 김기완과 발레리나 김지영이 2020년에 타계한 엔니오 모리코네의 ‘더 미션’ 에 맞춰 안무를 선보인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부디 내년 신년음악회는 연주자와 관객이 직접 만나는 자리이길 희망해봅니다.

비대면 공연이지만 음악이 주는 감동만큼은 변함없는 랜선 음악회.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년음악회

지구촌 신년음악회의 특징은 즐거운 분위기입니다. 무조건 신나야 합니다. 그것이 오랜 의무이자 관행이었는데요. 새해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왈츠를 추는 듯한 기분, 누군가의 생일파티가 시작될 때, 자리한 모든 사람이 즐거운 목소리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해”라고 노래 부르는 것처럼, 그런 분위기의 음악들이 울려 퍼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바흐의 ‘마태수난곡’ 이나 모차르트의 ‘레퀴엠’ 은 절대 연주되지 않습니다.

흥겹고 재미있는 신년음악회의 시초는 오스트리아 빈 음악협회 뮤지크페어라인의 황금홀에서 열리는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입니다.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요한 슈트라우스와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남긴 짧고 흥겨운 왈츠를 선보입니다. 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는 소위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의 원조 공연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찾는 클래식 음악 덕후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도 인기 있는 신년 행사거든요. 유럽의 경우 공국부터 각 국가의 주요 인사들이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 참석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 빈의 뮤지크페어라인에서 열리는 흥겨운 음악회는 전 세계로 송출되고 공연 종료 직후에는 다음 해의 지휘자를 발표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주회 중 하나인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사상 최초로 올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됐다. ©Wiener Philharmoniker/ Dieter Nagl

지난 1월 1일 현지 시각 오전 11시 15분, 어김없이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황금홀에 섰습니다.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 무대와 텅 빈 객석이 어색했지만, 단원들의 투표를 통해 지휘를 맡았던 리카르도 무티는 전 세계의 관객을 향해 깊은 인사를 건넸습니다. 팬데믹 시대 공연계의 대세를 따라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됐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의 모든 공연예술단체가 법적으로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유일하게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예외를 인정받아 무대에 올랐고요. 역시나 공연 레퍼토리는 올해도 흥겨웠습니다.

보고 싶었던 신년음악회를 놓친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시작으로 전국 여러 교향악단들도 줄줄이 공연을 취소한 상황이라 너무 아쉽습니다. 내년에는 공연장에서 신년음악회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참,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는 이달 17일 KBS <열린음악회>를 통해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니, 알람 맞춰두는 것 잊지 마시고요.

사진 예술의전당, 정은주

정은주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영국 현악 전문지 「스트라드」 한국판 에디터로 일했다. 현재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네이버 공연전시 매거진 「올댓아트」와 「톱클래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 클래식 음악 관련 글을 쓴다. 매달 부산MBC 라디오 <안희성의 가정 음악실>에 출연 중이다.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신인작가 발굴 공모전 ‘넥스트페이지 2기’ 지적 즐거움 부문 선정작가(2019년)로, 지난해 클래식 음악 교양서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을 썼다. 앤솔로지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의 공동 저자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기간 2020.10.30(금)
시간 7:30PM
장소 콘서트홀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120분
장르 클래식 음악
가격 R석 10만 원 / S석 8만 원 / A석 6만 원 / B석 4만 원
주최 예술의전당, 한겨레신문사
문의 02-580-1300

※ 본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 좌석 띄어 앉기‘로 객석을 운영하오니, 예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