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2021년 공연예술계 트렌드
공연 소비와 만남이 달라지는 시간

시작되는 2021년 공연예술계 트렌드를 예상하기가 작년보다 힘든 이유는 그 누구나 알 것이다. 실제로 2020년을 앞두고 점쳐본 문화 트렌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거의 무효가 되었다. 올해의 정치, 경제를 비롯한 문화계의 트렌드는 아예 ‘위드(With) 코로나’라는 전제하에 예상의 렌즈를 들이대고 있다. 일상에 너무 깊게 들어와 분리해 생각하기가 불가피한 것이다. 무엇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대면과 만남의 예술인 공연은 온라인을 통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온라인 문화와의 동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따라서 올해 공연예술계의 트렌드도 온라인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 특별해진 7시 30분, 혹은 8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을 비롯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YOLO, 미래 걱정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와 같은 가치관이 확산된 상황이다.

근무유연제, 재택근무 등으로 다양해지는 취미 생활.

개인화된 삶과 자신을 긍정적으로 돌아보고 아끼겠다는 정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고, 코로나19 유행 후 장기간 집콕으로 인한 취미 생활, 개인 공간에서의 안정, 자기 계발과 맞물리며 암암리에 더욱 번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모바일로 ‘배달’되는 공연들은 퇴근 후의 시간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많은 수의 공연이 무료로 전송되는 가운데, 공연예술 관람 취미에 대한 접근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 온라인 상경

이 같은 일명 ‘안방극장’의 도래는 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공연계는 거의 수도권 중심으로 진행된다. 공연 인력과 인프라도 서울을 중심으로 구비되어 있다. 따라서 양질의 공연을 지역의 관객들이 보려면 왕복 시간을 내어 상경하거나, 공연장이나 기획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연계‧순회 공연을 행해야만 했다.

하지만 KTX의 등장으로 인해 전국이 1일 생활권역으로 변화한 것처럼, 지금은 공연이 전국은 물론 (의지에 따라) 전 세계에서도 관람이 가능하게 됐다. 이른바 ‘온라인 상경’만으로도 수도권에서 행해지는 양질의 공연문화를 소비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변함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 유료와 무료

‘안방극장’이 초심자나 지역 관객들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공연예술의 초심자를 끌어들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긴 했다. 하지만 현재의 전제는 무료와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관람 환경이라는 것. 따라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이들의 관심이 시간과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 실제 공연장 관람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코로나19 시대 본격화되는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

작년에 시험 삼아 진행돼온 온라인 상영 유료화는 올해 가속화가 될 것 같다. 특히 작년부터 뮤지컬 분야의 몇 작품이 무료이던 온라인 공연의 유료화를 시행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공연예술 장르 중 상대적으로 시장성에 예민한 장르의 당연한 선택이었고, 찬반의 논란보다는 관객들이 지불한 비용에 걸맞은 공연 퀄리티를 온라인에서 체감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 ‘좌 코트, 우 가방’족의 등장

코로나19로 인해 좌석 간의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관계자들에게는 이 빈자리가 가슴 아프게 다가오지만, 일부의 관객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은연중 반긴다. 일명 ‘좌 코트, 우 가방’이라 할 수 있는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상의와 가방을 비워진 양옆의 좌석에 편히 두고 공연을 관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쾌적 지수가 높아진 공연장에 진입해 혼자만의 편안한 관람을 즐기는 초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두 사람이 예매해도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거리두기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해야 하니 혼자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1인 관객의 증가를 가져온 좌석 간 거리두기.

# 해설과 댓글도 퍼포먼스

공연 전후의 다양한 이벤트는 이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작 전, 작품의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는 짧은 강의나 공연 후에 예술가와의 대화, 팬 사인회 등을 통해 감동을 배가하는 서비스는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부대 행사들이 진행되던 로비 공간도 통제 장소가 되면서 출연진과 지인이 공연 후 건네는 간단한 인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이벤트를 생략하는 예술가와 단체도 많지만, 한편으로 공연 외의 부대 행사를 온라인 중계와 영상에 아예 포함시키는 곳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출연진과 예술가는 온라인 관객과의 친밀도를 높인다. 연주와 퍼포먼스에만 신경 쓰던 과거와 달리 관객에게 남기는 의미심장한 메시지 한 줄에도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하는 상황도 도래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작품으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라는 침묵의 예술가보다, ‘말 잘하는 예술가’가 환영받는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주와 퍼포먼스를 넘어 관객과의 소통이 활발해지는 공연계의 변화.

온라인으로 진입한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댓글을 통해 명확히 전달되면서 이 또한 신경 써야 하는 분위기이다. 응원과 감상 외에 질문을 하는 관객들에게 공연장과 기획사는 현재 관람 중인 작품과 진행 지점, 출연진에 관한 해설을 서비스하는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다.

# ‘보면서’족의 등장

과거 이어폰의 발전은 음악을 실내 공간이 아닌, 야외 공간에서 감상하게 하는 데에도 크게 일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동이나 공부를 ‘하면서’도 음악 청취가 가능했다. 음악 청취 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문화를 소비하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이러한 ‘하면서’족의 등장은 비단 이어폰 문화가 도래한 과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해 공연이 전송되는 지금, 일종의 ‘보면서’족의 등장도 ‘하면서’족의 문화 소비 행위를 잇는 후세대라 할 수 있겠다. 특히 모바일 문화의 발달로 인해 공연은 손바닥 위에 얹어지는 추세. 따라서 이동과 휴대가 간편한 모바일 기기를 보며 식사를 하고, 일상의 행위를 부담 없이 진행하며 공연을 관람하는 ‘보면서’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객에게 높은 집중도를 요구하거나, 공연장과 동일한 관람 리듬을 강요하는 공연은 점차 외면될 것이다.

일상생활 중 언제, 어디서든 공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

예술가와 관객들이 한쪽에선 ‘잃어버린 무대’를 한탄하고 그리워한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의 무대’를 반긴다. 올해의 트렌드는 이러한 사이에서 새로 등장하고 유행할 듯싶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재유행과 통제의 부침 속에서 상기한 내용은 2021년 한 해 동안 임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공연의 지속성과 안전을 위해 계속 진행될 트렌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송현민 음악평론가·월간 「객석」 편집장
음악평론가 박용구(1914~2016)에 관한 연구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고, 여러 강의와 지면을 통해 대중과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