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TALK

우연이 가져다준 여행의 즐거움,
마음으로 기억하는 추억

아티스트들의 여행 시리즈 ⑧
©셔터스톡

여행은 여정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목적지를 향한 달리기가 아닌, 하늘을 바라보고 길가 꽃에 말을 건네는 시간이 채워지며 비로소 여행을 완성한다. 발레리나 김지영에게 친구들과 떠난 여행은 가늠하지 못한 감동과 아름다움이 펼쳐지는 우연의 연속이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여행은 목적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 목적지는 있지만, 여행 중 지나쳤던 곳들을 기록하지 않아 정확한 지명을 알지도 못하는, 오롯이 나의 가슴에만 남아 있는 여행길이다. 다시 똑같은 경로로 여행을 하라면 못 할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가장 소중한 추억이다.

2000년 초반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던 시절, 가장 좋았던 것 하나를 꼽으라면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어디든 쉽게 여행이 가능하지만 해외를 가려면 일단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당시 나에겐 그런 쉽고 자유로운 여행이 유럽살이의 큰 매력 중 하나였다.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름 모를 성당. ©김지영

감동을 전한 그 시절의 장소

일기나 메모를 남기지 않는 습관이 지금에서야 후회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계획을 세워 유명한 장소를 가기보단 발길 닿는 대로 인상 깊은 장소를 찾아다녔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정확한 지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우리에겐 그곳의 지명보다는 그 장소가 주는 감정이 더욱 중요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오스트리아로 들어서자 저 멀리 있는 산 중턱에 작은 성당 하나가 결기 어린 소나무처럼 있었다. 우리는 핸들을 틀어 이름도 모르는 성당으로 향했다. 그곳은 아이들의 찬송 소리가 들려오는 종탑이 있는 작은 성당으로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있었는데 내가 본 가장 작고 소박한 공동묘지였다. 마음을 울리는 아이들의 찬송 소리, 그림 같은 구름이 떠 있는 맑고 화창한 하늘과 초록빛 나무들, 그리고 조각품 같은 비석들과 소박한 성당이 조화를 이루어 너무나 아름다운 장소로 내게 다가왔다. 경이로운 자연과 화려한 건축물에 압도됨이 아닌 나의 존재가 그곳의 따스한 기운을 가슴으로 느끼며 마치 일부가 되는 듯한 곳이었다. 바티칸성당 같은 유럽의 이름 있는 성당에서 보이는 경이로움과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따스함과 소박함이 가득 찬 곳으로 나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지금 다시 그곳을 찾아낼 확률은 희박하겠지만 만약 다시 찾는다고 해도 그 당시의 감동을 느끼게 될지는 미지수다. 그저 우리만이 알고 있는 아름다운 장소에 대한 뿌듯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성당 옆 공동묘지의 비석. ©김지영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소박하고 정겨운 성당 내부. ©김지영

자연이 안긴 압도적인 감동

알프스산맥을 넘어가면서 초등학교 때 버스로 미시령고개를 마음 졸이며 넘어가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커브 구간이 많은 좁은 도로와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 같은 아찔한 경사에 없던 고소공포증도 생길 정도였다.

아찔했던 알프스산맥과 산맥을 가로지르는 도로. ©김지영

그래도 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또다시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산등성이와 넓은 평원, 작은 통나무집들이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이 한가롭게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누구라도 마음과 기억 속에 오래 남기고 싶은 그림이었다. 와인과 치즈, 샌드위치가 어울릴 만한 풍경이었지만 우리는 와인과 치즈 대신 커피믹스를, 샌드위치 대신 컵라면을 먹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최고의 절경을 앞에 두고 펼쳐진 친구들과의 라면 타임. ©김지영

자동차 여행의 묘미는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는 느낌이랄까. 굴곡진 고개를 무사히 넘어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 빠져나오는 순간, 우리 앞에 펼쳐진 놀라운 아름다움에 탄성을 질렀다. 터널 뒤 길게 뻗은 도로의 지평선이 만나는 지점에 만년설이 쌓인 산과 햇빛에 비친 강의 눈부심으로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얀색으로 뒤덮인 웅장한 산과 보석처럼 반짝이는 강의 풍경은 나의 방향감각과 원근감을 상실시키고 마치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는데, 자연이 주는 이 경이로운 화이트아웃 현상은 여행 중 받은 가장 놀라운 선물이었다.

터널 끝 감탄을 자아낸 설경. ©김지영

여행이 전한 수많은 선물들

여행의 설렘과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는 목적지 체르마트에 다다랐다. 체르마트는 청정 지역으로서 기름으로 달리는 차량은 들어갈 수 없기에 기차를 타고 마을로 들어갔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로 선택될 만큼 강한 존재감의 마터호른과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눈 덮인 산의 모습은 푸른 하늘과 구름이 신비롭게 어우러져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낸 듯했다.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선물을 받은 것처럼 흥분했고 설산의 신비로움과 마을의 귀여움을 남기려고 사진을 잔뜩 찍어댔다.

2009년 발레단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친구들과 자동차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 체르마트를 목적지로 한 2박 3일의 계획을 잡았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품고 있는 마을 체르마트. ©김지영

마터호른의 신비로움과 웅장함, 아름다운 장소들도 기억에 많이 남았지만 돌이켜 보면 떠나기 전의 설렘과 여행 중 만나는 예상치 못한 곳을 발견한 뿌듯함, 아름다운 풍경이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여행은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는 값진 추억이기에.

인생 여행지로 사랑받는 스위스 마터호른. ©김지영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코로나19 시대에 여행의 설렘과 그것이 주는 소중한 추억이 더욱더 그리운 지금이다.

사진 김지영, 셔터스톡

모차르트 레퀴엠 중.
‘눈물과 한탄의 날’

김지영 발레리나
1997년 국립발레단 최연소 입단 후 국립발레단과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서23년간 프리마발레리나로 활동했다.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해외 국제 콩쿠르에서 다수의 수상과 함께 볼쇼이발레단, 로마오페라발레단 등의 초청 공연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문화훈장,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받으며 예술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무용과 교수로서 후학 양성은 물론이고 프로 발레리나로서도 꾸준하게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