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21개 교향악단 참여로 막을 여는
이 시대 최대의 클래식 음악 축제

한화와 함께하는 2021 〈교향악축제〉
3.30(화)~4.22(목) | 콘서트홀

지난해 예술의전당의 〈교향악축제〉를 보며 몇 개의 질문을 떠올렸다. 우선 공연, 또는 음악회의 정의에 대해 생각했다. 무대 위의 행동이 공연이 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와 관객이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 무대에서 일이 일어나는 순간과 관객이 보는 순간이 일치하고, 보는 이들은 접근 가능한 곳에서 그 행위를 봐야 한다. 또한 그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그 일을 되돌려 재생한다면 그건 공연이라기보다 공연을 재생산한 다른 결과다. 이것이 공연과, 시간예술인 음악회에 대한 전통적 정의다.

하지만 2020년의 〈교향악축제〉는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아주 새로운 결과를 만들었다. 한 번 미뤄져 여름에 열린 14회의 공연엔 한 칸씩 띄어 앉아 절반이 된 관객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공연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이 일어나는 콘서트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의 400인치 모니터에서는 같은 공연이 생중계됐다. 관객의 시간은 공유됐지만, 공간은 분리됐다. 마지막으로는 온라인 시청 관객이 있었다. 모든 공연은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시청자들은 일정한 기간 내에서 공연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마지막 시청자들은 스스로 선택한 시간과 공간에서의 관객이 됐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1 〈교향악축제〉 스페셜

관객들이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2020 <교향악축제> 모습.

팬데믹에 공연의 개념을 바꾸다

공연의 개념이 새로운 차원에서 비틀리고 재창조되는 경험이었다.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 공연계의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이처럼 다차원적으로 해석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이런 새로운 방법을 만난 관객들은 낯설어하지 않았다. 공연장, 야외무대, 혹은 온라인 중계 모두 그들에게는 공연이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공연의 개념이 확장되는 와중에, 팬데믹 상황 속 <교향악축제>의 새로운 시도가 자연스럽게 수용된 것이다.

한화와 함께하는 2021 〈교향악축제〉 스페셜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

1989년 시작한 <교향악축제>는 한 번도 취소된 적이 없다. ‘협주곡-교향곡’ 세트로 3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열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숱한 공연이 사라졌지만, <교향악축제>는 계절만 바꿔 32번째 축제를 개최했다.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30년 넘게 공연이 열리면 그 역사는 곧 어떤 시대 공연 예술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게 된다. 후에 누군가 팬데믹 기간의 공연 예술 변화 양상이 궁금하다면 예술의전당의 2020년 <교향악축제>에서 일어난 공연의 개념 변화를 자료로 삼을 수 있듯이 말이다. 매년 묵묵히 일어나는 일이 현재를 가장 잘 드러낸다.

이 음악이 2021년의 우리다

그래서 팬데믹을 견디고 돌아온 올해의 <교향악축제>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된다. 우선 지금 이 시기의 음악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분명하다. 신시내티교향악단 부수석 출신의 최나경(플루트)으로 시작해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을 거친 채재일(클라리넷), 솔로와 실내악으로 유럽에서 연주하는 에스더 유(바이올린), 한국 실내악 발전의 역사를 쓰는 에스메 콰르텟의 리더 배원희(바이올린)가 눈에 띈다.

또한 <2021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피아니스트 협연자의 명단을 본다면 한국의 피아노 음악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음반을 내 잇단 호평을 받은 윤홍천, 독특한 색채를 고집하며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김다솔, ARD콩쿠르 우승자인 손정범, 명민한 연주를 보여주는 신창용, 옛 피아니스트들의 찬란한 전통을 떠올리게 하는 문지영이 출연한다.

최근 몇 년간 공연 제작자와 청중이 동시에 주목하는 블루칩 임윤찬까지 가세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민수·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과 김태형(경희대학교), 박진우(중앙대학교)의 출연 또한 한국 음악계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줄 것이다.

각 지역의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들의 면모는 교향악이 2021년 한국 땅에 고루 퍼져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성남시립교향악단 금난새, 창원시립교향악단 김대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장윤성, 춘천시립교향악단 이종진, 포항시립교향악단 임헌정,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여자경, 경상북도도립교향악단 백진현은 한국 오케스트라 저력의 뿌리를 증명한다.

조금 더 젊은 지휘자들, 즉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정민, 과천시립교향악단의 서진, 인천시립교향악단 이병욱, 진주시립교향악단 정인혁, 부산시립교향악단 최수열, 수원시립교향악단 최희준,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박준성, 원주시립교향악단 김광현, 광주시립교향악단 홍석원, KBS교향악단 차웅은 한국의 지휘자들이 추구하는 미래를 그려낸다.

또한 국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대표적 외국 지휘자 4인방, 즉 서울시립교향악단 오스모 벤스케, 대전시립교향악단 제임스 저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마시모 자네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다비드 레일랑의 무대는 외국 지휘자와 각 지역 오케스트라의 강한 유대를 다시 한번 기록할 참이다.

2021년 사람들의 음악적 감정

클래식 음악은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같은 음악이 해석을 달리하며 수 세기를 지나왔다. 그러므로 <2021 교향악축제>에서 연주될 클래식 음악은 2021년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한다. 멘델스존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성남시립교향악단)로 시작해 닐센 교향곡 제4번 ‘불멸’(창원시립교향악단),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인천시립교향악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2번 ‘1917년’(경상북도도립교향악단),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대전시립교향악단)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시대와 맞물리면서 이전에 없었던 해석·수용의 결과물을 빚어낼 작품들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작품들은 이 시대와 그대로 밀착된다. 윤이상의 ‘체임버 심포니’(서울시립교향악단), 김택수의 ‘짠!!’(부산시립교향악단)은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둔 예술가들이 부단히 모색하고 있는 풍경을 전달한다. 이 밖에도 단골 연주곡인 브람스 교향곡 제1번(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베토벤 교향곡 제7번(포항시립교향악단)도 2021년 버전의 해석을 기대할 수 있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은 상황과 변화를 겪은 후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올해 교향악축제는 공연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만난다. 다른 날짜의 협연자들이 음악회에 앞서 작품과 작곡가를 소개하는 ‘릴레이 렉처’가 열리는 것이다. 내년 <교향악축제>를 위해 신예 작곡가의 작품도 공모할 예정이다. 야외광장·온라인·라디오의 3원 생중계는 올해도 계속된다.

<교향악축제>는 지난해 뜻밖의 상황을 맞아 여름으로 늦춰진 경우를 제외하고 30년 넘게 매년 봄마다 ‘올해도 당연히’ 열려왔다. 올해 <교향악축제>의 수식어는 바뀌어야 한다. 33번째 <교향악축제>는 ‘올해도 다행히’ 열린다. 수백 년을 이어온 협주곡과 교향곡의 세트가 ‘올해도 기적적으로’ 계속됨이 고맙다.

사진 이종열, 셔터스톡

김호정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
클래식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 문화 전반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JTBC ‘고전적 하루’와 ‘헤이 클래식’ 진행자로 클래식 음악의 현대적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을 한다. 

2021 〈교향악축제〉

기간 2021.3.30(화)~2021.4.22(목)
* 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4.5, 12, 19)
시간 평일 7:30PM, 토·일요일 5PM
장소 콘서트홀
입장연령 8세 이상
가격 R석 5만 원, S석 4만 원, A석 3만 원, B석 1만 원
주최 예술의전당, 중앙일보
문의 02-580-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