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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도전, 예술 x 기술의 발칙한 상상이 뿜어내는 12가지 감각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3.31(수)~4.18(일)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셔터스톡

최고의 전시 및 공연과 함께해온 예술의전당이 이번에 제대로 사고를 쳤다. 아니 사고보다는 새로운 도전이라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키네틱아트, 사운드 설치 작업, 상호반응 및 관객 참여형 작업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창작의 결과물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인공지능(AI), 미디어 광학기술, 가상현실(VR), 로보틱스 등 첨단 기술과 예술의 완벽한 결합을 지향하는 실험성 짙은 전시가 예술의전당에서 전개된다는 점이 일단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파격적 행보로 비치는 융합예술 전시 <내일의 예술>은 VR 버추얼 뮤지엄 구현부터 관객이 선택하는 최고의 작가 선정까지 운영의 면면이 새롭고 상상 그 이상의 매력을 발산한다.

융합예술의 내일! 창제작자 12人(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혁명은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의 영역까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한국전력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2021 뉴미디어 아트 공모’를 통해 융합예술 작가 12인(팀) ―금민정, 김준수, 민찬욱, 소프트컴퓨팅앤인터랙션, 신승재 & 김지수, 아톰앤비츠, 이스트허그, 이장원, 장입규, 천영환, 한재석, 황주리 ―을 선정했다.
<내일의 예술>展을 구성하는 작업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로보틱스, 뇌파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 최첨단의 기술이 예술로 완벽히 녹아든 작품들이다. 예술 작업으로 녹아든 첨단 기술은 난해하지 않고, 관객이 참여해 완성되는 상호반응 형식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선사한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인공지능, 미디어 광학기술, 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과 예술이 융합하는 시대. ©셔터스톡

나의 행동에 반응하고 질문에 응답하는 12 감각을 만나다

왠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만 같은 첨단기술이 예술에 녹아들어 보다 더 친근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전개하는 것이 본 전시의 특징이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 확장된 예술을 보여주는 12 작업을 하나하나 만나보자.

금민정의 <생각하는 정원>은 관객의 체온, 눈동자의 움직임, 심장박동 등과 같은 감정 반응의 특징점을 측정하고, 이 값을 한국 정원의 정수 소쇄원의 풍경 이미지와 연계한 상호반응형 작업이다. 관람객은 개개별 감정 상태에 따라 반응하는 각각의 소쇄원 정원 이미지를 만나게 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조각 작업이다.

어둠 속에서 무지개 기둥이 공간을 떠다니며 환상적인 이미지 공간이 구성된다. 빛의 산란을 통해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는 프리즘의 효과가 배가되도록 움직임을 기계장치로 구현한 결과이다. 이처럼 환상적인 빛의 색 공간을 연출해내는 김준수의 <감각의 요소>는 공간을 유영하는 스펙트럼을 통해 꿈꾸는 듯 몽환적인 빛의 공간을 보여준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김준수 작가의 작품 전시 전경. <감각의 요소(element of sense)>, 2020. ⓒ김준수

해리 포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법학교에 온 것처럼 전시장 좌대 위에 볼펜 스스로 낙서를 하고 있는 장면을 마주한다면? 이는 분명히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격이 부여된 것처럼 볼펜이 독립적으로 하얀 종이 위에 낙서하는 장면이 상상이 아니라 실재하는 현실로서 눈앞에 펼쳐진다. 이 동화 같은 민찬욱의 <휴머노이드 오브젝트>는 우리의 일상에 이미 공존하고 있는 로봇을 만나게 해준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민찬욱 작가의 전시 작품 리모델링 이미지(2021). ⓒ민찬욱

신승재 & 김지수가 한 팀을 이뤄 작업한 <소리심기>는 관객이 설치된 식물에 접촉하면 반응해 생성한 각기 다른 소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호반응형 사운드 설치 작업이다. 식물의 노래를 듣고 싶다면 애정을 가지고 설치된 다양한 식물들을 쓰다듬어주자. 이에 화답하는 감미로운 식물의 속삭임과 노래가 들릴 것이다.

아톰앤비츠의 <세컨드 가든>은 대기오염으로 빛이 부족한 미래를 가상해 인공태양과 발광식물로 대체되는 정원을 연출함으로써 자연의 진화 및 인간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사람이 건들면 식물이 빛을 내며 반응하는 현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작업으로 미래 정원을 다양한 스토리로 상상해볼 수 있다. 벽면에 드리워졌다 사라짐을 반복하는 식물 그림자 또한 즐거운 볼거리이다.

뇌파를 데이터화하고 이것을 시각화한 이스트허그의 <신명:풀림과 맺음>에서는 관객이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도록 설계된 작업이다. 음악을 통해 뇌파의 변화를 일으키는 관객은, 뇌파가 만드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다.

이장원 작가의 <윌슨#2021.c19>는 인격화된 OS로서의 태양을 재현한 작업으로, 금빛 찬란한 육각형 금속 도형이 군집해 커다란 육각 형태로 공중에 떠 있다. 관객이 호기심으로 다가가는 순간 체온과 모션 감지에 따라 반응하는 이 형상은 오랜 시간 작품 앞에 머무르고 체험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BORDERLESS in EVERYTHING(모든 것의 무경계)’을 주제로 열린 <제로원데이 2019> 전시에 소개된 이장원 작가의 작품. ⓒzer01ne

장입규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다가가면 스크린에 투사된 하나의 완벽한 의자 이미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 앞에 놓인 의자 4개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에 의자로 다가선 관람객이 의자에 앉는 순간 완벽해 보였던 의자 이미지의 한 부분에 의자에 앉은 관람객의 모습 일부가 등장한다. 이미지로 스크린에 투사된 하나의 의자가 실제로는 실시간으로 4개의 실재 의자를 촬영하고 있는 이미지 4개를 합성시킨 것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공존을 다루는 인터랙티브 영상 설치 작업이다.

형형색색의 비커와 실린더, 링거병이 가득한 실험실에 가운을 입은 예술가는 사람들의 감정(뇌파)과 색상(시신경)의 반응 관계를 분석해 유일한 색으로 치환한 ‘이모션 백신’을 처방한다. 관람객의 감정 상태를 분석한 데이터를 반영해 제작된 ‘이모션 백신’은 참여한 관람객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천영환의 <이모션 백신 팩토리>는 이 우울한 시기에 청량한 비타민 같은 작업이다. 꼭 경험해야 할 코스로 추천한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감성적 컴퓨터 알고리즘을 경험할 수 있는 천영환 작가의 작품. <Random Diversity>, 2020. ⓒ우란문화재단

한재석의 <기라성>은 20여 개의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파동에 의해 천장에 설치된 와이어에 진동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이 파동으로 빛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던 와이어에 비친 빛은 분절돼 우주 속 별처럼 흩어져 반짝거린다. 이렇게 빛으로 충만한 공간은 마치 암흑 속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놓은 듯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소리의 시각화를 확인함에 있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탐나는 작업이다.

황주리 또한 소리의 진동을 활용해 바람 소리를 시각화한 작업 <동지>를 보여준다. 일렬로 공중에 걸린 한지 표면에서 울리는 섬세한 파동으로 바람 소리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장치화한 사운드 설치 작업이다.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기술로 다가오는 작업이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 선정작가 12인 특별전 〈내일의 예술〉展

황주리 작가의 <동지> 전시 전경. <Night field>, 2017. ⓒ황주리

4인으로 구성된 팀 소프트컴퓨팅앤인터랙션(SCI) <마스크 미착용 시, ( )에 제한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가 실행되는 공간은 각각의 얼굴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이전 관객들의 말을 대변하고 있는 AI가 생성한 거대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 대답의 내용과 음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은 마스크로 가려진 관객의 숨겨진 얼굴 부분을 학습화한 결과를 반영해 완성한다. 물론 실제의 얼굴과 동일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렇게 완성된 얼굴은 다른 사람의 얼굴과 함께 벽면에 전시된다.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예방 차원에서 착용하게 된 마스크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과 언택트 시대 의사소통의 방향에 대해, 약간은 엉성해 보이는 AI의 모습을 통하여 혹 우리가 이렇게 보이지는 않는지, 임의적 소통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롭게 변한 환경에서의 의사소통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는지를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다.

<내일의 예술>展은 전시장에 펼쳐진 작품 12점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함께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인과 이로 인해 확장되고 진화한 예술 형식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다. 더 나아가 융합예술의 오늘과 내일을 추론해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만약 성큼 현실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당신이 기술 문맹으로서 살아갈 미래가 걱정된다면 바로 예술의전당에서 <내일의 예술>展을 만나보기를 제안한다. 그러면 편하면서도 명확하고 재미나게 첨단 기술이 녹아든 작품들이 제공하는 상호반응을 통해 예술 x 기술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더불어 이렇게 12인(팀)의 작업을 다 살펴보았다면, 이 중 최고의 작가로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관람객이 뽑은 최고의 작가 선정은, 전시 현장의 QR코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본 전시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자, 미래의 기술 문맹에서 탈출함과 동시에 최고의 작가를 뽑는 과정에도 참여해보자. 바로 지금 <내일의 예술>展에서.

이미지 김준수, 민찬욱, 우람문화재단, 황주리, 셔터스톡, zer01ne

이정훈 서울문화재단/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월간 「아트인컬처」 기자를 거쳐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기획 및 창작 지원업무를 진행해왔다. 현재 재단 융합예술팀을 총괄하며, 예술 x 기술이 생성하는 다양한 융합예술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기획, 지원, 강의 및 글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내일의 예술>展

기간 2021.3.31(수)~2021.4.18(일)
시간 10AM~7PM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입장료 무료
관람등급 전체관람
주최 예술의전당, 한국전력
문의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