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예술의전당 아카데미 〈소소살롱〉, 세계의 연결
소리꾼 이자람 & 소설가 김애란의 문학 대담

아티스트 이자람을 몇 차례 인터뷰로 만난 적이 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가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그렇게 만든 창작판소리로 세계를 누비고, 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도 성과에 취하기보다는 불안과 의심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이었다. 지난여름에는 월간 「여덟 갈피」와의 인터뷰 중 “한 장르에서 최고를 찍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 후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예를 들면 조수미, 조성진, 김연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예술을 넘어 공감과 확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 순간 이자람의 토크쇼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지난 11월 7일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아카데미 특강 <소소살롱>은 이 궁금증에 대한 첫 번째 답처럼 느껴졌다.

지난여름에는 월간 「여덟 갈피」와 인터뷰 중 “한 장르에서 최고를 찍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 후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예를 들면 조수미, 조성진, 김연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예술을 넘어 공감과 확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예술감독이자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

지난여름에는 월간 「여덟 갈피」와 인터뷰 중 “한 장르에서 최고를 찍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 후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예를 들면 조수미, 조성진, 김연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예술을 넘어 공감과 확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베스트셀러 『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잊기 좋은 이름』의 작가 김애란. ©권혁재

<소소살롱>은 소리꾼과 소설가의 만남을 통해 예술적 시선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으로, 소리꾼 이자람과 소설가 김애란이 첫 무대에 섰다. ‘전통’의 판소리와 동시대의 한국 문학 사이의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들도 있겠다. 하지만 이자람은 콜롬비아의 단편소설부터 프랑스의 동화, 한국의 고전소설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 작품으로 창작판소리를 만들어왔다. 김애란과는 그의 데뷔작이었던 단편소설「노크하지 않는 집」을 ‘여보세요’라는 제목의 판소리로 만들며 2016년에 만났다. 소리꾼에게 현대문학은 동시대의 관객과 소통하는 문이었으며, 작가에게 판소리는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는 길이 된 셈이다. 문과 길에서 만난 이들은 관객에게 서로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애란은 1인극이라는 판소리의 특성상 수천 수백 살의 인물과 동물을 거쳐온 이자람을 두고 “시간이 많이 고인 몸”이라 설명했다. 동시에 “어떤 식의 ‘금지’라는 단어가 붙지 않은, 산책을 독려하고 허락하는 깊은 산”이라는 말로 그가 가진 깊은 밀도와 넓은 자장, 다정한 유연함을 두루 강조했다. 글을 다루는 소설가가 묘사와 은유로 이자람을 표현했다면, 온몸을 사용하는 소리꾼은 김애란을 향해 바짝 당겨 앉은 자세와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가”라는 말로 애정과 존경을 담아냈다.

지속 가능한 예술의 고민을 나누다

이후 창작자로 마주한 두 사람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에서의 여러 감정을 공유하며 장르를 초월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애란은 세 번째 책을 출판하고서야 직업인으로서의 작가를 받아들일 수 있었음을 고백했다.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기였다. 그 결과 자신으로부터 무언가를 낚는 과정을 넘어 “밭을 일궈 수확하는 작업”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농사를 짓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걱정으로도 이어졌다. 이자람 역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판소리 ‘사천가’와 ‘억척가’의 성공 이후, 오랫동안 방황하며 예술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소리꾼은 여전히 판소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담과 위축을, 소설가는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털어놓기도 했다. “냉정한 관찰자”일 거라는 소설가에 대한 인식과 판소리의 수많은 편견 속에서 두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까닭이다.

지난여름에는 월간 「여덟 갈피」와 인터뷰 중 “한 장르에서 최고를 찍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 후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예를 들면 조수미, 조성진, 김연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예술을 넘어 공감과 확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창작자의 고민을 진지한 언어로 전달한 소설가 김애란. ⓒ권혁재

때문에 그들이 나눈 예술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화는 모든 창작자를 위한 참고서와도 같았다. 김애란이 강조한 것은 “구체성과 감각의 연습”이다. 상투적으로 말하지 않고 무엇에서든 재밌는 세부를 발견해 기록하는 과정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만드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설명했다. 이자람 역시 몸을 통해 감정을 토해내며 자신을 다뤘던 지난 30년을 “연습”으로 정의했다. 뜻도 모르고 내뱉던 단어들이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여러 겹으로 쌓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때 느끼는 기쁨을 이야기했다.

다정한 판소리를 듣다

<소소살롱>은 김애란의 문장들로 판소리의 매력을 듣는 시간이기도 했다. 판소리는 시대와 인물, 공간을 넘나드는 1인 모노극이다. 김애란은 “1인칭의 시대에 3인칭의 건강함이 있는 장르”로 판소리를 소개한다. 소리꾼은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함과 동시에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자로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참견하며 새로운 행간을 읽어낸다. 소설가는 판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로 구체적이고 생기 있는 고유명사와 이러한 다정한 전달 방식을 꼽았다. 전통판소리가 동시대의 감각을 유지하는 것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소리꾼에 의해 취사선택되고 덧붙여지며 변화하기 때문이다. 서사성이 강조된 판소리에서 소설가가 주목하는 것은 시대 적응력과 새로운 그릇에 맞춰 변화하는 유연함이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는 창작판소리는 선도 악도 아닌 복합적인 보통 사람을 등장시키고, 현재의 익숙한 요소들을 더해 관객과의 접점을 찾는다.

지난여름에는 월간 「여덟 갈피」와 인터뷰 중 “한 장르에서 최고를 찍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 후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예를 들면 조수미, 조성진, 김연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예술을 넘어 공감과 확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프로그램 구성과 사회를 맡아 행사를 이끈 소리꾼 이자람.

이자람은 전통판소리 ‘수궁가’와 창작판소리 ‘여보세요’의 한 대목을 직접 선보임으로써, 판소리의 매력을 소개했다. 관객들은 병든 용왕과 각종 핑계를 대는 물고기들의 ‘수궁가’ 재담에 함께 웃었고, 소리꾼이 설명하는 작은 방의 구조를 들으며 ‘여보세요’가 다룬 현대인의 고독을 느꼈다. 김애란 역시 “내가 만든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작업을 경험했으니 (작가의 단편소설이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로 만들어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선생이 부럽지 않다”라며 웃었다. 판소리가 관객의 적극적인 상상과 추임새로 공연의 관찰자가 아닌 목격자이자 주체가 되는 장르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지난여름에는 월간 「여덟 갈피」와 인터뷰 중 “한 장르에서 최고를 찍고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그 후로 어딘가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는, 예를 들면 조수미, 조성진, 김연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어쩌면 예술을 넘어 공감과 확신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대담과 판소리 대목 시연, 관객과의 대화로 알차게 채운 <소소살롱>.

예술가라는 단어에서 다수는 그들의 위대함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하나의 세계가 모두의 눈앞에 나오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끽하는 것은 고통의 흔적이다. <소소살롱>은 그 고통의 시간을 함께 나눔으로써 서로의 거리를 바짝 당겼다. 서로 다른 두 예술이 연결되어 확장하는 짧은 2시간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도 소중한 연결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미지 정상혁, 예술의전당

글 장경진 공연 칼럼니스트
엔터테인먼트 웹매거진 「매거진t」와 「텐아시아」, 「아이즈」에서 10년간 콘텐츠 프로듀서와 공연 담당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공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공연예술 작품 속 여성의 삶과 선택에 주목하는 월간 「여덟 갈피」를 만들고 있다.

<ㄱ의 순간>

기간 2020.11.12(목)~2021.02.28(일)
시간 10AM~7PM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서예박물관 전관·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관람등급 전체관람
장르 전시
가격 일반(만19세 이상) 12,000원/ 청소년(만6세~18세) 8,000원/ 유아(36개월 이상~만5세) 5,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조선일보
주관 예술의전당, 조선일보
문의 02-580-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