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TALK

스페인 카스텔데펠스에서 찾은 일상
‘느림이 주는 풍요로운 삶이여’

아티스트들의 여행 시리즈 ④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나 계획의 변화가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다.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페인 카스텔데펠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티스트를 무장해제시킨 여행지를 따라가본다.

여행 아닌 여행의 추억

스무 살 후반부터 코로나19 시대 직전까지, 내 인생에는 종종 해외 투어가 있었다. 교과서에서 본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프랑스의 파리시립극장과 리옹국립민중극장, 루마니아의 인터퍼런스국제연극제, 브라질 쿠리치바로 이어졌던 긴 투어, 여름이면 한 달간 머물며 공연을 했던 프랑스 남부 아비뇽, 그리고 어김없는 관객들의 기립 박수. 클래식 음악 전공자가 아닌 이상 해외에서 유학할 일도 없는 이 판소리꾼이, 참 많은 나라의 훌륭한 극장을 다니며 정말 다양한 종류의 관객을 만났고 커다란 사랑을 듬뿍도 받았다.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여행 다니듯 공연하면 정말 좋겠어요”라고 말을 해준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정말, 여행 다니듯 공연했던 것 같고 지금은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의 나는 공연을 앞둔 부담감과 싸우며 기공 체조를 하고, 홀로 방에 남아 와이너리에 다녀온 팀원들의 와인 이야기를 듣는 일을 반복하는 외로운 시간이기도 했다.

진짜 여행, 카스텔데펠스와의 만남

그런 내 삶에 진짜 여행의 기회가 왔던 것은 2018년 여름이었다. 40여 일간의 시간을 스페인과 독일을 오가며 말 그대로 여행자로서 시간을 보냈던 꿈같은 시간이었다. 모두가 이견 없이 사랑하는 바르셀로나와,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절반 이상은 사랑에 빠지는 베를린이 주 목적지였지만, 사실 가장 여행다운 시간을 보냈던 건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카스텔데펠스였다.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나 계획의 변화가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다.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페인 카스텔데펠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티스트를 무장해제시킨 여행지를 따라가본다.

길게 뻗은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카스텔데펠스.

메시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그 작은 마을은, 아이들이 주택단지 마당의 공용 수영장에서 신나게 노는 소리와 공터에서 볼을 차고 킥보드를 타는 소리, 오가는 차에서 들리는 삼바 리듬의 음악 소리 말고는 별다른 소음도 없이 조용한 곳이다. 일만 하러 다니던 나는 그곳의 평화로움과 느긋한 일상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음이 낯설고 불안했다. 도대체 햇빛과 바다와 게으름만 있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여행이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거지? 이렇게 하릴없이 베란다에 앉아 있어도 되는 건가? 아무 계획도 없이 해변에 누워만 있어도 되는 건가?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나 계획의 변화가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다.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페인 카스텔데펠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티스트를 무장해제시킨 여행지를 따라가본다.

카스텔데펠스와 시체스 지역을 가로지르는 해안도로.

해변에는 서로 과한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이 나와 각자 일광욕과 수영을 했다. 나는 그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상의를 몽땅 벗고 바다에 들어갔다. 내 살에 바닷물이 온전히 닿는 경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시선과 관습으로부터의 해방. 아, 지금 나는 진짜 여행을 하고 있구나.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나 계획의 변화가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다.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페인 카스텔데펠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티스트를 무장해제시킨 여행지를 따라가본다.

자유롭게 일상을 즐기는 카스텔데펠스의 사람들. ©mariusz.ks/ 셔터스톡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나 계획의 변화가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다.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페인 카스텔데펠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티스트를 무장해제시킨 여행지를 따라가본다.

청명한 날씨와 정돈된 도시 풍경을 가진 카스텔데펠스. ©V_E/ 셔터스톡

메시의 도시답게 등판에 메시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 그곳은, 놀랍게도 작고 큰 모든 공터마다 자유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루는 공터 한쪽에 앉아 오랜 시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왜 내가 사는 서울에는 이런 공터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지, 이렇게 뛰노는 아이들은 다 어디 있으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바깥에 나와 마주치며 안부를 건네는 이 풍경을 어째서 보기 어려운 것인지 한참 골똘히 생각했다.

여행의 묘미는 목적지나 계획의 변화가 불러오는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이다. 연출, 배우, 음악감독, 뮤지션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인 만능 소리꾼 이자람에게 스페인 카스텔데펠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티스트를 무장해제시킨 여행지를 따라가본다.

바다 너머 석양이 붉게 물들어가는 카스텔데펠스의 저녁.

따스한 일상으로의 회귀를 바라며

2020년, 우리는 모두 집 안에 머물며 온 세계를 괴롭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서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카스텔데펠스의 공터에서도 전과 같이 함께 땀을 흘리는 아이들이나 서로를 안으며 인사하는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 바이러스가 다 종식되면, 우리의 그리움이 가득 차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미처 나누지 않았던 소중한 일상끼리의 마주침을, 아이들의 자유로운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삶의 질서를, 느긋하게 마주하는 태양 아래 서로에 대한 따스함과 넘치지 않는 관심을 나누는 모습을 서울 곳곳에서 보게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우리는 바이러스 이전에 이미 일찍 그것을 잃어가고 있었으니 이 감금의 시대를 무사히 딛고 전화위복으로 삼아 다시금 무언가 따스한 그것을 건져 올리기를 말이다.

 이자람 공연예술가
판소리 ‘노인과 바다’, ‘이방인의 노래’, ‘사천가’, ‘억척가’의 작가이자 작창가, 소리꾼 배우. ’이방인의 노래‘와 ’사천가‘, ’억척가‘로 2009년부터 2020년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세계 각지의 극장과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투어를 다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와 ’적벽가‘ 이수자이며 판소리의 현재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창작자이다.

정리 예술의전당 웹진 편집팀
사진 김경훈, 셔터스톡

* 본 기사는 김경훈 사진기자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기간 2020.10.30(금)
시간 7:30PM
장소 콘서트홀
관람등급 8세 이상 관람
관람시간 120분
장르 클래식 음악
가격 R석 10만 원 / S석 8만 원 / A석 6만 원 / B석 4만 원
주최 예술의전당, 한겨레신문사
문의 02-580-1300

※ 본 공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 좌석 띄어 앉기‘로 객석을 운영하오니, 예매 시 참고 부탁드립니다.